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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교 놀이터를 바꾸자

기성세대 추억 속에 학교 운동장에는 철봉, 그네, 시소, 미끄럼틀 등이 있다. 학생들은 콩나물 교실에다가 좁은 운동장에서 수백, 수천 명이 함께 생활하던 시절이라 놀이 기구를 하루 한 번이라도 이용할 수 있기를 오매불망 고대했다. 어쩌다 그네 한 번 타고 철봉 한 번 매달리면 세상 모두를 가진 것처럼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아직도 검은색 철제기구 많아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학교 체육장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현재 21세기 세계화 시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상전벽해의 변혁기·격동기를 살고 있지만, 학교 놀이터는 그 학교의 역사만큼이나 고풍스러운 옛 모습이다. 검은색 철제 놀이 기구가 은색 광택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통령령인 ‘고등학교 이하 체육·교구설비 기준’ 기준에 따르면 각급 학교의 세부적인 놀이(체육) 설비는 교육감이 정해 고시토록 규정돼 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대체적 공통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체육장 교구설비로는 유치원에 종합놀이기구, 그네, 시소, 미끄럼틀, 정글짐, 터널, 구름다리, 망오름대 등이고, 초등학교에 늑목, 구름사다리, 정글짐, 늘임봉, 뛰어넘기대, 늘임줄, 미끄럼틀, 시소, 그네 등이 있다. 중·고에는 모래장을 포함한 철봉, 고정식 평행봉 등도 있다.

 

최근 신설되는 학교에는 철봉, 그네 등 진부한 기구들이 사라지고 학생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체육기구들이 설치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또 현재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학교 공간의 재구조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창의적인 학교 공간과 교구·설비 배치가 목적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놀이는 일상이다. 아이들이 그 놀이 속에서 우정, 협동, 배려, 나눔, 행복 등 우리가 강조하는 교육의 소중한 가치를 배운다. 놀이터가 예전의 상투적인 틀을 깨고 호기심, 창의성,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놀이터가 아이들의 진정한 놀이 장소가 되려면 과거의 군대식, 일제식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의 틀을 깬 놀이기구의 설치를 통해 학생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끄집어내야 한다. 학생들이 관심과 흥미를 갖고 스스로 찾아가는 놀이터로 변해야 한다. 학교 놀이터가 모두 쉬고 즐길 수 있는 친환경적 공원화가 돼야 한다. 2018년 행정안전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놀이터 7만 979개소 중 학교 놀이터는 6372개소로 약 9%에 그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현장체험학습 장소로 놀이기구가 있는 곳을 선호한다. 정적인 놀이기구가 아니라 역동적인 것을 좋아한다. 학생들의 기호를 학교 놀이터 혁신에 수용해야 한다. 놀이기구의 색상, 모양, 형태가 학생 선호도에 부합해야 하고 놀이터가 공원화돼야 한다. 학교 놀이터 혁신은 최근 세계적 교육의 흐름인 마을 공동체 교육, 지역사회 학교화 등과도 통한다.

 

물론 학교 놀이터·놀이기구는 안전이 제일이다. 2018년 재난연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5년간 놀이터와 유원지 놀이시설에서 2149건의 사고가 발생해 34명이 사망하고 1875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행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의해 전국의 모든 놀이시설은 관리기관별로 매월 안전점검을 해야 하고, 격년으로 전문 업체의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안전관리자(학교장), 안전실무자(행정실장)들도 격년으로 소정의 관리·실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꿈과 끼를 키우는 시설이라야
미래의 꿈나무들인 학생들이 안전이 담보된 학교 놀이터에서 마음껏 즐기며 꿈과 끼를 기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본지와 한국초등체육연구회가 공동기획 연재하는 ‘학교 놀이터를 살리자’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이다. 이 기획에서는 미래 우리나라 놀이터의 혁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교육 당국은 이 기획물을 참고해 향후 학교 신축과 놀이터 조성 시 학생들의 호기심, 창의성, 잠재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놀이 기구 설치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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