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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북카페> “나무 그늘 아래서 수업해요”

샨티니케탄
하진희 지음/ 여름언덕


샨타니케탄은 마을 전체가 커다란 학교나 다름없다. 거리는 조용하고 나무들은 늘 푸르러 그 속에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 무성하며 길은 사방으로 뻗어 있어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다. 마을은 일 년 내내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린다.

이곳의 초등학교 교사 챠크라바티’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전문적 지식을 가르치기 전에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규율보다 자율을, 교실보다 나무 그늘을, 책보다 자연학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알아 가도록”하는 것이 교육방침이라고 한다.

유토피아에나 있을법한 이런 도시가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 수업료 걱정 없고 시험도 없으며 학교가 놀이터 그 자체인 교육도시. 인도 캘커타에서 서쪽에 위치한 볼푸르역 근처의 샨티니케탄. 산스크리트어로 '평화의 마을'이란 뜻의 이곳은 마을 전체가 커다란 학교다.

여기 학생들은 교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다'(큰형), '디디'(큰언니)라고 부르고 많은 수업은 나무 그늘 아래서 진행된다. 쉬는 시간이면 야외 교실은 곧바로 놀이터로 바뀐다. 아이들은 나무를 기어오르거나, 떨어진 나뭇잎을 줍고, 흙장난을 한다. 아이들은 실컷 놀며 공부하는데도 원하는 대학에 쉽게 진학하고 대학졸업생들은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사회일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학교 아닌가.

이 학교의 설립자는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이라고 노래했던 인도 시인이자 사상가, 화가, 교육자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 타고르는 어린 시절 자신이 받았던 획일적이고 엄격한 학교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이 학교를 설립했다. 1901년 5명의 학생으로 시작할 당시에는 교육이념에 대한 사람들의 몰이해와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렸었지만 현재는 유치원에서 국립대학인 비스바바라티까지 전 교육과정을 갖춘 인도 교육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어떻게 수학과 영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배운 이들의 이름을 들으면 샨티니케탄의 자유로운 수업이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두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고 후생경제학과 사회적 선택 문제에 기여한 공로로 1998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과 프린스턴대학 교수 푼돌이 까끄 등 세계 유수 대학의 교수와 영화감독 예술가들이, 바로 이 나무 그늘 아래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스바바라티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10년에 걸쳐 그곳에서 공부하고 왕래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샨티니케탄 보고서’라 할 정도로 꼼꼼하게 담고 있는 이 책은 시인 곽재구가 스무 살에 꿈꾸었다는 곳, 샨타니케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곳에는 “내 마음속의 학교는 하나의 행복한 가정인 동시에 신성한 사원이어야 한다. 가르침은 경건한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나는 경건한 삶의 기억을 신에게 바치기 위해서 번거로운 곳이 아닌 샨티니케탄을 교육장소로 선택했다”는 타고르의 뜻을 100년째 이어가며 이렇게 말하는 교사들이 있다.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을 교육시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교사들은 아이들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온 선배로서, 때로는 형이나 언니로서 아이들이 자연이나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무한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나가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자나 마찬가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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