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교원평가 어떻게 나왔어요?”
출근하자, 옆자리 박 선생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지 박 선생의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5일(화요일) 아침. 지난달 실시했던 교원평가 결과가 나왔다. 결과에 따라, 선생님의 반응이 미묘하게 교차하였다.
일 년간 오직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모든 선생님은 평가결과에 내심 큰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열심히 했음에도 낮은 평가를 받은 일부 교사들은 교원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평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교사로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자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교원평가가 교사의 사기를 저하하는 애물단지로 전락, 열심히 일하는 선생님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거라며 차라리 시행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적잖다.
그래서일까? 어떤 선생님은 공정성과 신뢰감이 떨어지는 교원 평가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교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일부 선생님은 교원평가의 후유증으로 충격을 받아 심리치료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심지어 교직에 환멸을 느낀다며 은퇴를 고려하는 교사들도 많다.
교원능력 개발평가는 결코 선생님의 인기투표가 아니다. 진정 선생님이 원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동료교사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을 뿐이다. 교원평가 시기가 다가오면 학생과 학부모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선생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두고 저울질한다.
교원평가가 선생님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교원평가 그 자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한 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교사들은 이구동성 말한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교원평가는 모두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며, 특히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일부 학교의 편법은 교원평가의 원래 취지를 흐려 놓기 쉽다고 교사들은 말하고 있다.
단지 의무감으로 이뤄지는 교원평가가 과연 공정하고 얼마나 신뢰감을 줄 수 있을지에 교사들은 의구심을 가진다. 한번은 교원평가를 마친 한 학생에게 교원 평가의 문항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문항의 내용을 전혀 읽지도 않고 그냥 체크만 했다는 답변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평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불과 몇 초라고 말해 교원평가의 신뢰성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일 년을 뒤돌아보며 선생님의 장단점을 진지하게 생각한 뒤, 문항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읽고 표시하는 것이 당연하나 단지 마우스의 클릭 몇 번으로 학생들로부터 평가받는다는 사실에 씁쓸하다고 말하는 교사의 말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특히 학부모 평가의 경우, 학기 중 일면식이 전혀 없는 학부모가 과연 학급 담임을 어떤 잣대로 들이대 평가를 할 것인지도 화두(話頭)가 되었다. 이에 학부모 평가를 배제하자는 교사의 의견도 있었다.
교사들은 교원 평가의 시기도 문제라고 말했다. 학년이 끝나기까지 몇 개월이 남아 있음에도 이른(10월) 교원평가로 학생과 교사 간 위화감이 조성, 아직 남아있는 학생평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교사들은 염려했다.
아무튼, 교원평가가 그나마 남아있는 사제간 정(情)을 끊어놓는 요소가 아니라 선생님은 학생을, 학생은 선생님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시켜 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주기를 모든 선생님은 바라고 원할 뿐이다.
평가 결과를 보고 난 뒤, 박 선생님이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장난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교원능력개발평가, 뭣이 중헌디!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의 잔소리와 꾸중을 그리워할 때가 있겠죠! 그리고 그것이 진심 어린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