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무색… 국회도 엇박자
범죄 노출, 관리 책임, 민원 우려
‘주민 편의’보다 ‘안전’ 우선돼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국·공립학교 주차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가결,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어 교육 현장에 혼란이 예상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재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지자체장은 국‧공립학교의 주차장을 개방 주차장으로 지정할 수 있고 △학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하며 △개방 절차, 시간, 운영 등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교총 등 교육계는 25일 입장을 내고 “학생의 안전을 위협하는 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학생 사망이 빈발해져 국회가 ‘민식이법’까지 통과시킨 마당에, 되레 학교 차량 통행을 부추기고 사고 위험을 높이는 법안이 추진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학교는 유휴시설이 아닌 교육기관이며, 주민편의보다 안전한 학습 환경 조성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안전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할 책무”라며 “주차난 해소라는 미명 하에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조치도 학교에 강제될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학생 안전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을 학교, 교육계와 논의 없이 졸속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본회의 상정과 처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31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2581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는 9살 김민식 군이 차량 사고로 사망하는 아픔이 있었다. 이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1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학생들의 통학길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일명 ‘민식이법’(도로교통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법령 간 충돌에 따른 현장 혼란도 우려했다. 교총은 “현재 운동장, 체육관 등 학교시설은 초‧중등교육법 및 시‧도교육청 교육규칙에 따라 학교장이 학생 교육활동과 안전을 고려해 개방 여부와 이용 제한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반면 주차장법 개정안은 학교 관리자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방 요청을 따르도록 강제성을 띠고 있어 법령 간 다툼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주차장만 별도 법과 조례로 규정하면 법령 간 충돌이 불가피하고, 법 체계 상 맞지도 않아 학교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지금도 학교운동장 등 시설 개방에 따른 각종 범죄 및 안전사고, 관리 부담, 민원 고충이 가중되고 있는 게 학교 현실”이라며 “학생 안전을 보장할 특단의 대책,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등 선결과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대안 없이 주차장법 개정안을 밀어 붙여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