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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력 없는 학교’ 조성의 새 출발

지난해 8월 20일 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3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번 시행령 통과로 학교현장 적용을 위한 법률적 체계가 완비됐다. 그동안 한국교총이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등 교권 3법과 시행령 개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결과다.

 

새 학기부터 적용되는 시행령에 따라 단위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가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로 이관된다. 이미 작년 9월부터 경미한 사건은 ‘학교장 자체해결제’를 도입해 교내에서 마무리하고 있다. 일단 단위학교의 학폭위가 교육지원청 심의위로 이관되면 민원·소송 등이 줄고 교원들의 학교폭력 업무도 감경될 것이다. 

 

교육청 이관은 교육본질 회복

 

학교의 업무 중에서 ‘학폭’ 업무는 교사들의 기피 업무 제1호다.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담당자의 승진 가산점이 존속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분기당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하고 회의록, 진술서 등을 구비하고 각종 행정 절차를 처리해 왔다. 가·피해 학생의 진술 정리, 위원과 학생·학부모 출석 통지, 정기·수시 보고 등 격무에 시달렸다. 설상가상으로 회의 개최·운영 과정에서 학생·학부모들에게 교권 침해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국 유·초·중·고교에서 처리한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15학년도 1만 9830건, 2016학년도 2만 3466건, 2017학년도 3만 993건, 2018학년도 3만 2632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그만큼 일선 학교 학폭 업무 담당교사들은 과중한 격무에 시달려 왔다. 그 때문에 현장 교원들은 이번 심의위 이관을 교육본질·교원소임 회복이라고 반기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에는 심의위의 구체적 운영과 절차에 관한 사항 등이 담겨 있다. 교육지원청 심의위의 처리 사안이 과중할 것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위가 소위에 사안을 위임해 심의할 수 있도록 했다. 전담기구 학부모위원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해 학교장이 위촉하고, 전담기구 운영에 대한 사항은 학교장이 정하도록 했다.

 

다만, 학교장 자체해결제로 종결된 사안에 대한 심의위 개최 요구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시행 초기 혼선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등에 이를 구체화해 학교에 보급해야 할 것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별로 심의위 구성을 완료하고 교육법률전문변호사를 대폭 증원해 배치했다. 아울러 교육지원청별로 10~50명의 교원, 학부모, 법조인, 교육전문가 등으로 심의위를 구성 중이다. 특히 학부모위원 비율이 과거 학폭위 당시 ‘2분의 1 이상’에서 심의위는 ‘3분의 1 이상’으로 줄어 줄곧 지적돼 온 전문성 논란이 해소될 전망이다.  

 

학교폭력예방의 기초는 관심과 배려다. 우선 학교가 존사애제(尊師愛弟)의 행복배움터로 거듭나야 한다. 학우 간에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이좋게 어울려 생활하는 학교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학부모도 기본적으로 학교를 신뢰하고 지원해야 한다. 

 

회복적 생활교육 정착 필요해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과 시행령의 목적은 피해 학생의 지원, 가해 학생의 선도를 기반으로 미래 사회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등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내면화(內面化)하는 데 있다. 일탈·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선도·교육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선도된 학생들이 오롯이 학교로 되돌아올 수 있는 회복적인 생활교육과 갈등 조정·화해 타협의 친화·순환적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

 

교육당국은 학교폭력예방법과 시행령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가이드라인·매뉴얼 배포, 학생·학부모·교직원 연수, 대국민 홍보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학교’와 ‘폭력’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학교폭력예방법과 시행령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폭력 없는 학교’ 조성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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