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교육위원회가 심상치 않다.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야 간의 극명한 입장 차이로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등 첫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13일 열린우리당이 교육부 결산심사를 위해 소집 요구한 회의는 의사진행발언만 거듭하다가 산회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결산심사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평가원 보고서 유출 문제를 따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법안심사 소위 구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회의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여당이 소위 구성 문제를 표결로 처리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정략적인 목적으로 회의를 공전시켰다며 얼굴을 붉혔다.
여야가 이렇게 논란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법안심사 소위 구성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법안심사 소위를 3(열린우리당), 2(한나라당), 1(비교섭단체)로 구성하자는 반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3대 3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3, 2, 1로 하겠다면 두 당을 제외한 한 명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대부분의 상임위가 이와 같은 비율로 구성을 마쳤는데 유독 교육위에서만 다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막아보자는 의도가 아니냐고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아직까지 법안, 예산, 청원 3개 소위를 구성하지 못한 채 파행운영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한나라당의 근거 없고 무리한 주장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교육위원장이 편파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한다면, 열린우리당 교육위원들은 중대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 제출을 시사하기도 했다. 15일에는 소속의원들이 의원회관에 모여 대책을 숙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소위 구성이 중립적이고 균형을 갖춰야 하는데 열린우리당이 일방적인 수적 우위를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각 당의 의원수별로 소위 의원을 배분하는데 열린우리당 의원이 9명중 3명인데 한나라당 의원 8명에 2명을 배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굳이 비교섭단체를 민노당으로 하겠다는 것은 이후 법안 심사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사대가산점 문제도 합의할 수 있었는데 표결처리하는 등 열린우리당이 숫자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며 “사립학교법 등 주요 문제를 열린우리당의 생각대로 하겠다는 모양인데 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현재까지 양당은 전혀 입장에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 교육위가 장기 공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14일에도 회의소집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이 이에 응하지 않았고 16일 열린 회의에서는 평가원 보고서 유출문제로 논란을 벌이다 산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