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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불협화음이 더 무섭다

경칩이 지났다. 와글와글 아이들 소리로 가득 찼던 운동장엔 봄 햇살이 정적을 쓸고 소담스럽게 자라난 토끼풀과 쑥, 진홍빛 꽃을 피운 광대나물이 빈 화단을 차지하고 있다. 봄이 되었지만 교문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외부인 출입 통제란 입간판만 덩그러니 서 있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이란 시에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구절이 나온다. 이 말은 ‘오랑캐 땅엔 풀과 꽃이 피지 않으니,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니다’란 뜻으로 동방규가 오랑캐 땅에 끌려간 등소군을 서러워하며 한 말이다. 요즘 이 말이 실감 난다. 계절은 분명 봄이건만 우리의 마음엔 봄이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작년보다 더 어여쁜 모습의 봄꽃이 찾아왔건만 코로나19란 복병을 만나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하는 봄이 참으로 서럽다.

 

춘분을 앞두고 낮은 길어지고 햇살은 두꺼워진다. 낮 동안 데워진 공기는 오후가 되면 봄바람을 풀어 놓는다. 봄을 가까이하고 싶어 꽃집 문을 열고 후리지아꽃 한 묶음을 들고 나선다.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꽃집 주인의 한숨 같은 바람이 노란 꽃봉오리를 휘감아 내달아 간다. 이게 다 코로나19와 전쟁 때문이다.

 

전쟁은 총알이 날아다니고 미사일을 쏘고 건물이 파괴되고 많은 사람이 죽는다. 지나간 자리는 폐허의 상처뿐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는 서로 갈등을 만들지 않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쟁보다 더 참혹한 두려움으로 번지로 있다. 이웃 나라 간의 전쟁은 총칼을 거두고 전쟁을 중단하면 끝나게 되어있지만, 코로나19는 대화와 타협을 모르는 바이러스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서는 바이러스 유입 차단과 감염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뉴스를 달군다. 하지만 어려운 시국을 틈타 마스크 사재기, 피싱,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가짜뉴스 만들기, 일부 정치권에서 책임추궁을 통한 여론의 이익을 챙기려 분열되는 모습이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다.

 

사재기란 말과 관련된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그 대표되는 이야기는 박지원의 허생전과 드라마 상도이다. 허생은 과일과 말총을 매점매석하여 유통 질서 문란으로 부를 쌓는다. 그리고 상도에서는 왜군이 쳐들어오면 피난 갈 때 짚신값이 오를 것을 알고 짚신을 모조리 사들이고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결국 들통이나 치도곤을 당한다. 소설 속의 일이지만 코로나19로 소리 없는 전쟁인 지금 이런 모습을 현실에서 접한다. 부를 챙기기 위해 마스크를 사재기하여 웃돈을 받고 파는 악덕 상인과 국외로 반출하는 보따리상이 그 예이다. 목숨과 어려운 현실을 담보로 한 몫을 챙기려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단죄할 것인가? 어디 그뿐인가? 유튜브 조회 건수를 올리기 위해 코로나19 가짜뉴스를 만들어 불안을 조장하기도 한다. 언론방송의 자유가 주어진 민주국가에서 방송은 사실과 공정성에 근본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방송매체에서는 전파의 위력을 틈타 편을 가르고 정부나 사법부에서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럼 정치권은 어떠한가? 불이 나면 모두가 합심하여 불을 끄고 차후 원인과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 게 순리다. 불을 끄기도 전에 일어난 현실을 당리당략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혼란만 부채질한다. 결국, 우리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인 공명조처럼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모두 죽게 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여야가 서로 나뉘어 불협화음을 만드는 것보다 화합과 상생을 위한 모습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우리 국민의 탓이 아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소리 없는 전쟁이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전쟁을 이겨내고 그 후에 잘잘못을 가려내야 한다. 강한 나라, 지혜 있는 나라는 위기 때 하나 됨의 빛을 발하는 나라이다.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 진도의 대구 봄동 선물과 대통령의 말 ‘늘 감동 받는다. 우리 사회에는 선한 사람이 많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선한 마음들이 늘 희망을 키워준다. 돈이나 물품이 아니어도 괜찮다. 마음으로 서로를 껴안아 주신다면 그것이 바로 희망’ 이라는 말을 되새겨 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정직하고 올바르며 지혜가 넘치는 나라이다. 우리는 나라의 정책을 믿고 따라주며 어려운 상황에 질책과 책망보다는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가 바이러스 치료제임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국가와 국민이 하나가 되면 머지않아 코로나19를 슬기롭게 퇴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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