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첫날에 그동안 현장에서 제기한 우려들이 현실화해 혼란을 빚었다. 한국교총은 “모든 교육자가 ‘가보지 않은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교육 당국의 책임 있는 지원을 요구했다.
전국의 중학교 3학년과 고교 3학년은 9일 오전 9시 온라인 개학을 했다. 그러나 개학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예견됐던 사고가 발생했다. 다수 학교가 학습 자료를 올린 EBS 온라인 클래스의 접속과 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했다. 소위 ‘먹통’이 된 것이다. 교육부는 30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서버를 증설했다고 밝혔지만, 95만 명 개학만으로도 결국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현장에 있는 교원들에게는 학부모의 전화가 빗발쳤다. EBS는 결국 수요 증가로 인한 서비스 지연을 공지하고 오류를 복구했다.
EBS 외에도 상당수의 중·고교가 과제 관리용으로 활용하는 R사의 프로그램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접속이 안 됐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원격교육 플랫폼 ‘e학습터’는 3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인프라 증설 작업 중 교사들이 올린 자료가 일부 삭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나마 고교는 다수 학교가 EBS가 아닌 실시간 강의 위주로 준비를 해 수업은 진행됐지만, 초등학교는 EBS 온라인 클래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이후 온라인 개학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 고3 담임교사는 “오늘 3학년만 개학해도 이런 상황인데 초·중등 모두 동시에 개학하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EBS온라인클래스 접속 지연은 서버 문제는 아닌 기술적 문제”라면서 재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후 영상 업로드 시간을 제한해 현장의 또 다른 불만을 샀다.
학생들의 학습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로 드러났다. 이날 영상을 틀어놓고 다른 공부나 SNS를 하는 사례들이 나왔다. 심지어는 학원에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해 사실상 온라인 개학의 취지를 무색게 하는 불법 운영 사례까지 나왔다.
초등 교원들은 개학을 앞두고 3~6학년 학생들도 보호자와 연락이 어렵거나 협조가 안 돼 아직도 학생이 접속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아 난처해하고 있다.
교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교원들은 준비 부족을 탓할 겨를도 없이 제자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 노력과 열정이 ‘가보지 않은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가정, 사회의 협력이 함께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교총은 우선 드러난 문제인 e학습터, EBS 온라인클래스에 대한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특히 “IT 강국이라는 자부심은 교육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음이 드러났다”며 “디지털 교육을 강조하면서 정작 온라인 시스템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현실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학이 한 차례 연기됐을 때, 사태 장기화에 대한 준비 지적이 이어졌는데 그동안 교육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시스템 보완을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격차, 불평등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과 지원도 거듭 요구했다. 교총은 “온라인 수업을 위한 기기 대여조차 마무리가 안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기기가 있어도 학습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생에 대한 지원에 이어 교사 대상 사이버 폭력 등에 대한 예방, 저작권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