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생 급감, 정원 줄여도 미달사태 신입생 전원 장학급 지급 등 내걸어 "상공인 멸시 풍토 여전" 교사들 탄식
신입생 유치 시즌을 맞은 전국 실업계고가 입학생 전원에게 장려금을 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미달 탈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런 유치 경쟁은 특히 학생수가 줄고 있는 강원 등 일부 시·도와 읍면지역 실고에서 더욱 치열하다. 정원 미달이 심각하면 몇몇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야 하는데다 미달이 장기화 되면 학교 자체의 존립도 위태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원도교육청이 최근 중3생을 대상으로 실업고 진학희망자를 조사한 결과 정원보다 1400여 명이 모자란 상태고 인천도 전체 고교 수용인원보다 중학 졸업생수가 6백여명 적어 실고 교사들은 벌써부터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강원 영월공고는 내년부터 '통합형 고교'로 개편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학생들이 2학년때 실업-인문계 진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을 홍보전략으로 한 것. 또 5일에는 영월, 평창, 정선 지역 중3생을 대상으로 기계, 전자 등 5개 분야 기술경진대회를 개최, 우수 입상자에게 1학년 수업료 전액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교사들도 각자 10여개 학교를 돌며 유치전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이 학교는 입지조건이 좋지 않아 95년 이후 정원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지금껏 미달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삼척전자공고로 교명을 바꾸는 강원 근덕농공고는 신입생 120명에게 13만원의 '입학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사들은 3∼4명이 홍보팀을 구성, 장호, 임원 등 관내 7개 중학교를 3∼4번씩 방문, 지원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체가 드물고 교통이 불편한 읍면지역 실고들은 대부분 학생유치에 고전이다. 전북 진안공고는 10월말 마감한 1차 모집에서 정원 120명 중 70여 명만이 지원했고 충북 보은농공고는 장학금 115% 지급, 자영농科 기숙사 제공, 청주-학교간 통학버스 운행 등 다양한 조건을 내걸었지만 청주와 50여 킬로미터나 떨어져 183명 정원에 190명을 유치, 간신히 미달을 면했다. 한편 경기도 지역도 광명공고 양곡종고 등 32개 실업고가 정원에 미달돼 추가모집에 희망을 걸어야 할 형편이다. 근덕농공고 정연학 교감은 "전체적으로 중졸생이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학생과 학부모의 인문고 선호가 심해 우리학교도 정원의 절반을 채우기 힘든 상황"이라며 "몇몇 교사는 전근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고가 월등한 조건을 내걸어도 학생들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교육과정과 시설, 사회진출 후 박봉에 허드렛 일이나 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 인천 운봉공고 Y교사는 "2학년이 돼 전공과정을 깊이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열 댓개나 되는 교양과목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시설이 부족한 학교로서도 실험실습 시간을 줄이고 일반과목 시간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영월공고 김수영 교사는 "취업률은 80퍼센트가 넘지만 취업 후 남아 있는 학생은 30퍼센트도 안되는 게 실고의 현실"이라며 "50만원 월급에 용접일만 잔뜩 시키는 업체의 관행이 학생들의 실고 기피를 부채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준인문고'로 전락한 실고를 살리기 위해서 각 학교마다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은농공고 홍준표 교장은 "일반 교육과정은 최소화하고 전공심화 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교원 양성이 필요하다"며 "자동차고 디자인고 귀금속가공고 등 특화된 科와 교육과정을 갖춘 학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동아공고 이경환 교사도 "정보화 시대에 맞춰 컴퓨터 게임, 에니메이션, 인터넷 관련 科를 개설하고 전문교사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