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옥경 한국청소년개발원 선임연구원 청소년의 유흥업소 출입문제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열흘 전 인천의 한 지하노래방에서 발화된 불이 위층의 호프집으로 번져 30여 분만에 50명이 넘는 사망자와 70명이 넘는 부상자를 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화재가 상당히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그 화재사건을 기화로 붉어져 나온 청소년의 유흥업소 출입과 '탈선적 행동'이 더 충격적이다. 그 사건이 우리사회에 충격을 던져 준 이유는 첫째로 희생자의 대다수가 중고생이었다는 점, 둘째로 희생자가 많이 생긴 곳이 호프집이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곳에서 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자유로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호프집이나 소주방, 노래방, PC방, 락카페 등의 업소에 출입한다는 것은 여러 실태조사에서 입증되고 있고 또 많은 학생들이 술과 담배를 일상적인 수준에서 하고 있다는 것도 공식, 비공식적으로 이미 증명된 일이다. 유흥업소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새로운 것이 아니며, 업주가 불법을 묵인해 주는 대가로 경찰이나 구청공무원, 소방공무원에게 상납을 해 왔다는 것도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화재사건이 기성세대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그 하나는 청소년들의 유흥업소 출입과 음주·흡연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반적이라는 사실이다. 유흥업소 출입여부나 음주, 흡연 여부가 이제는 더 이상 '정상'과 '일탈'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학생층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전처럼 이것이 모범생과 불량학생을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현실에 어른들은 당혹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범생이,''날나리' 할 것 없이 소주방에 가서 음주와 흡연을 한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모범생은 곧고 올바른 행동을 하고 날나리에 속하는 부류들이나 술,담배를 피고 나쁜 행동을 할 것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뒤엎는 것이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했던 판단기준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런 가치관의 혼란은 청소년들의 문제라기보다 신세대의 급변하는 가치관과 규범을 잘 읽어 내지 못하고 있는 성인들의 문제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청소년 보호'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가치합의가 우리사회에는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유흥업소 업주들은 청소년 보호라는 가치보다는 상업적 이득을 더 높은 가치로 상정하고 있고 업소단속을 지휘해야 할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업소단속이 자신들의 표밭 관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적극적인 활동을 유보하고 있다. 또 경찰은 단속해야 할 업소들로부터 파출소 운영비를 받는 등의 대가로 불법을 눈감아 주고 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는 감옥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학교는 청소년 보호의 場이 아닌 해묵은 규제와 억압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또 새로운 아파트촌이 조성되면 제일 먼저 생기는 것이 학교와 유흥업소라고 하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 보호'에 대해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있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을 위해서는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익은 유보해야 한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 없이 법으로만 청소년보호를 외치는 것은 사상누각일 따름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들의 유흥업소 출입이나 음주, 흡연에 대해 여러 가지 진단이 나오고 있고 그 해결방안으로 청소년 문화공간의 확대나 업소단속의 강화 등이 강조되는 것을 본다. 물론 다 옳은 일이다. 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청소년의 행위기준이라 생각했던 규범들이 왜 이완되고 있는 지, 왜 학생들은 더 이상 '하지 말라'라는 어른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 '청소년 보호'가 가치들의 서열에서 왜 다른 가치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