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수 교총 회장
“책임규정 모호…갈등 우려”
돌봄은 교육 아닌 보육문제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놓고 교육계 안팎이 시끄럽다. 돌봄 운영 주체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 결국 돌봄교실에 대한 책임을 학교에 전가하고 이를 법제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교총 대표단은 17일 권 의원실을 항의 방문해 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온종일 돌봄 특별법은 교육부 장관이 5년마다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온종일 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교육부 및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중앙 행정기관은 연도별 온종일 돌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며 지자체장은 이에 따른 연도별 지역 온종일 돌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해당 법안이 학교와 지역 시설 돌봄의 운영 주체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 법안 발의 단계에서부터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갈등과 혼란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교총은 “온종일 돌봄을 위해 범부처 간, 중앙·지방정부 간 협력체제를 구축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학교와 지역 돌봄의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돌봄교실은 1991년 보건복지부가 주도한 초등 방과후 보육교실이 모태로 본래 학교 교육의 본질적 영역이 아닌 보육 목적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현재 돌봄은 학교(교육부), 마을(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는 만큼 법안에 학교 돌봄의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무관청 또한 교육부가 아닌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로 명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돌봄은 교육이 아니라 보육·복지에서 분리 접근해야 하며 현재 개별 아이돌봄 서비스는 여가부가, 유치원과 달리 보육의 성격이 짙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소관부처라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는 설명이다.
교총은 만약 ‘지자체’와 ‘관련 중앙행정기관’의 돌봄 업무를 아울러 관장하는 사무 주체, 즉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것이라면, 이는 교육부 장관이 아닌 ‘사회부총리’로 한정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재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직한다고 해서 이를 혼동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총은 이번 특별법이 오히려 돌봄교실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여러 책무를 규정해 단위학교의 책임과 업무를 더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도별 시행계획도 세워야 한다. 또 시설 지원과 프로그램 개발 등을 위한 지원센터를 운영해야 하며 3년마다 실태조사도 해야 한다. 돌봄에 대한 학교의 의무와 책임이 과중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그동안 학교가 돌봄 업무와 책임을 관행처럼 떠안으면서 교사들의 과중한 돌봄 업무로 수업, 생활지도 등 본연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사기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저하됐다”며 “돌봄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 해야 한다는 요구를 단순히 돌봄 기피로 호도할 게 아니라 교육과 돌봄이 제자리를 찾아 내실화되고 교사는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호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칠승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교육부, 여가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곳으로 흩어져 운영되는 돌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교육감과 지자체장이 협의체를 만들어 지역 사정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돌봄을 운영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며 “학교에만 돌봄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있을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부처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제안받고 반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