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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인간의 감성지능(EQ)이 반려견(犬)보다 못해서야

우리 사회가 가히 애완동물의 천국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개는 애완동물 이상의 존재로 대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반려동물이 되어 가족과 생과 사를 같이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기르던 개가 죽으면 가족을 잃은 것 이상으로 상심에 잠긴다. 예컨대, 곳곳에 개 장례식장이 성시를 이루고 화장한 개의 유골함을 집에 고이 간직하는 세태를 보라. 이를 보고 인간도 아닌 개를 그렇게까지 하나 의아해할 수 있지만 이것은 명백히 생각의 차이가 가져다주는 우리 삶의 단편이다. 그만큼 개는 이제 인간의 삶에서 동반자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인간이 자연, 생명체와 조화로운 삶을 이루고자 하는 행위라 결코 비난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세상이 갈수록 삭막해져 가니 이런 반려동물에라도 인간의 사랑이 작동하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얼마나 황폐할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애완동물이 사람 위에 있고 인간 상호 간의 관심과 사랑이 퇴색하는 문화가 문제다.

 

우리는 우산을 받쳐주는 사람보다 함께 비를 맞아주는 사람에게 더 감동한다. 왜 그럴까? 이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인간을 설득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그리고 로고스(logos)라 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에토스라는 것이다. 에토스가 무엇인가? 이는 말하는 사람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인성(人性)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청취력이나 듣는 사람의 인간적 감성은 파토스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로고스는 논리적이고 조리 있는 생각과 객관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이성적·합리적 영역을 대변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은 결코 논리적으로 설득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엔 인성적인 감동, 즉 에토스가 있어야만 상대는 기꺼이 설득에 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춘남녀가 연애할 때는 잠시 이성 영역이 둔화하고 감성 영역이 활성화된다. 유행가 노랫말처럼 ‘어쩐지 나는 좋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인간의 감성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행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행복감이란 잘 생각해보고 따지는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감성은 이처럼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해준다. 호감이 가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인간관계는 더욱 강화되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자기 자신의 감정조절을 잘해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 바로 감성지능(EQ)이다.

 

잠시 현대인들의 일상을 보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문자 이상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이모티콘’이다. 이모티콘은 느낌이나 감정을 표시하는 기호다. 이모티콘이 없는 문자 메시지는 허전하고 삭막하기까지 하다. 감정을 잘 전달하고 공유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연쇄살인 사건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범인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범죄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현저히 낮다고 말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냉혹한 행동을 저지른다고 보고 있다. 일상의 삶에서는 함께 기뻐하는 마음, 동정하는 마음, 측은히 여기는 마음, 서로 감사하는 마음이 중요한데 이런 마음 대신에 분노심이나 적개심이 더 많이 작용하면 인간관계는 깨지기 쉽다.

 

최근에 개 장례식장에서의 일화가 세간의 화제다. 남편이 죽었을 때 표정이 담담했던 어느 부인이 기르던 개가 죽었다고 슬픔에 자리에 누운 것이다. 이것이 요즘의 세태라니 참으로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인과응보’다. 개는 가족을 보면 무조건 좋아서 꼬리를 흔들고 날뛰는데 남편은 아내에게 그저 멀뚱멀뚱하거나 무표정하니 말이다. 죽어서 개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신의 평소 행동에서 연유한다. 크게 각성할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개보다 감성지능(EQ)이 낮아서 죽어서까지 박대를 당하는 현실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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