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경기도교육원이 교감 공모제 관련 연구를 위해 시행한 설문조사가 특정 집단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현장의 반발을 샀다. 경기교총은 설문조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13일부터 도교육청 소속 초·중등 교원을 대상으로 ‘교감임용제도 다양화 및 법 개정 추진 방안 연구’를 위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내용은 △현행 교감승진 제도 변화의 필요성 △미래학교에 필요한 교감의 역량별 중요도 △교감임용제도 다양화 방안 △교감 역량 평가 심사 요소별 적절성 △평가항목의 구성 등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문제는 설문 참여 인원이 초·중·고 각각 1000명을 넘으면 설문을 조기 종료하도록 설정해 12만 명 정도의 대상 교원 중 2.5%만 설문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설문조사를 시작한 다음 날인 14일부터 초등교원 대상 사이트는 접속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게다가 이마저도 누구라도 설문에 응할 수 있어 교원이 아닌 일반인의 의견이 교원의 의견인 양 왜곡될 수 있다. 중복제출도 가능해 특정 집단이 마음만 먹으면 결과를 원하는 대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문제점까지 드러났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결과를 정해놓고 기존 교감승진 방식을 바꾸려는 특정 단체나 일부 세력에 유리한 설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교총은 16일 설문조사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경기교총은 성명서를 통해 “설문방식이나 내용에 있어 다분히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의도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요식적이고 유도성이 강한 설문조사”로 평가하며 “해당 온라인 설문조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감한 주제를 놓고 졸속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있는 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자세에 많은 선생님들이 실망과 분노를 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벌써 어떠한 내용을 담은 인사보고서가 나오더라도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경기교총은 “첫 단추부터 이렇게 잘못 끼워져 시작하는 인사정책이라면 학교의 혼란과 교원 간 갈등만을 야기할 뿐, 결과적으로 경기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과 한계가 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인사정책보고서를 내놓는다면 경기교총은 그 결론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든지 단호히 배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연구원 관계자는 “특정 집단이 설문을 점령한다는 생각은 상상력이 지나친 것 같다”면서 “설문방식은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URL 접근 방식으로 다른 많은 연구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한다”고 밝혔다.
또 “주제가 인사제도 관련이어서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면서 “이번 설문은 다수결에 의해서 정책 결정을 하는 급박한 사안이 아니라 기초연구로 인식 실태의 경향을 보기 위해 시행한 설문이어서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익명성이 보장된 설문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