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6 (수)

  • 구름조금동두천 27.7℃
  • 구름조금강릉 25.3℃
  • 맑음서울 28.6℃
  • 구름조금대전 29.3℃
  • 구름조금대구 29.3℃
  • 구름많음울산 28.6℃
  • 구름많음광주 29.5℃
  • 구름많음부산 28.4℃
  • 구름많음고창 29.5℃
  • 제주 28.5℃
  • 구름조금강화 27.1℃
  • 구름조금보은 27.7℃
  • 구름조금금산 28.6℃
  • 흐림강진군 28.9℃
  • 구름많음경주시 28.1℃
  • 구름많음거제 28.3℃
기상청 제공

교양

위인들의 역사적 소개팅

혹시 ‘소개팅’ 주선해보신 분? 어떤 이유에서라고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왠지 ‘이 친구’와 ‘저 친구’가 잘 맞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을 이어주고 싶다’고 주선자가 마음먹는 순간이 비로소 소개팅의 시작 아닐까(물론 사랑의 시작은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극작가들도 할 때가 있는 듯싶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위인들을 한 무대 위에 불러내는 작품이 종종 등장하는 걸 보면.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힘을 주고 지지해주는 강력한 응원군이 되기도 하고, 대척점에서 치열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큰 별들의 만남은 범인(凡人)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이번 달에는 유쾌한 역사왜곡으로 위인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라운드 1 : 연극 <라스트세션> 
선수 : 프로이트 vs. C. S. 루이스

 

인간의 심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정신병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꿈의 해석> <정신분석 강의> 등의 저서를 남긴 그는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무신론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종교적 신념을 일종의 강박으로 보고 무신론적 세계관을 과학적 세계관이라 칭했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의 작가인 C.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 등 수많은 저서를 통해 기독교 변증을 펼친 20세기 대표 유신론자. 한때 무신론자였던 그는 프로이트 논법을 이용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기독교인으로 개종한 이후 프로이트의 논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시했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은 어느 날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를 읽게 된다. 이는 두 사람이 신을 바라보는 상반된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저메인은 ‘이 두 사람이 직접 만나 토론을 벌이면 어떨까?’하는 상상으로 대본을 써 내려가게 된다. 이것이 연극 <라스트 세션>의 출발이다. 토론이 벌어지는 ‘링’은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로 한 1939년 9월 3일, 런던에 있는 프로이트의 서재. 프로이트는 구강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지긋한 노인이고, 루이스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유망한 젊은 교수 겸 작가. 이들은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고도 재치있는 논변들을 쏟아낸다. 
 

2009년 베링턴 스테이지 컴퍼니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이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며 2년간 무대에 올랐다. 오프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 최우수신작연극상을 수상한 작품은 “올림픽 펜싱 경기를 보는 듯한 멋진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영국, 스웨덴, 스페인, 호주, 일본 등에서 무대에 올랐다. 
 

한국 초연에서 프로이트와 루이스 역을 맡을 배우는 신구·남명렬, 이석준·이상윤이다. 프로이트 역의 배우들은 무신론자, 루이스 역의 배우들은 독실한 신앙인이라는 우연이 재미를 더한다. 두 캐릭터의 치열한 토론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라운관과 무대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신구는 <라스트 세션>이 자신의 연기 인생에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 같다는 말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7.10~9.13 | 예스24스테이지 3관

 

 

라운드 2 : 뮤지컬 <시데레우스> 
선수 : 케플러&갈릴레오 갈릴레이

 

두 인물 모두 ‘지구는 돈다’는 것을 믿었던 천재 과학자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이탈리아의 천재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였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며 이에 대한 근거를 책으로 펴냈으나 이는 교황청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고 이단 행위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이탈리아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케플러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행성 운동을 과학적으로 정리한 ‘케플러의 법칙’을 만들어냈다. 
 

<시데레우스>는 한 통의 편지에서부터 시작한다. 케플러가 갈릴레오에게 자신이 쓴 <우주의 신비>라는 책과 함께 우주에 대한 연구를 제안한 것. 그렇게 두 학자는 17세기 신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져 금기시되었던 지동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사회의 상식과 맞서 싸워야 하는 위험한 연구임에도 진실을 찾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서로의 지지와 격려를 통해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그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진실을 마주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더불어 작은 우주에 들어와 있는 듯 한가득 별을 수놓은 아름다운 무대는 두 사람과 함께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08.12~10.25 | 대학로 아트원씨터어 1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