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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입시·방역 불안… 고3 담임들의 ‘신음’

<현장 속으로> ‘살얼음판’ 고3 교실

학생부 작성 막바지 작업 한창
배로 더 힘들고 버거워진 업무
제자들과 추억 부족해 아쉬워
수능 연기 등 돌발변수도 걱정
교총 “감독교사 근무개선 촉구”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고3 담임만 10년 가까이 맡고 있는데 이렇게 힘든 해는 처음입니다. 기존에 하던 학생부 작성, 상담, 수업, 행정업무 자체도 많은데 방역과 원격수업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두 세배는 더 힘듭니다. 저희 지역은 상황이 안 좋아서 고3도 원격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없다고 쉬는 게 아니거든요. 원격으로 상담하고 중요 공지사항을 빠뜨리지 않도록 개별 연락을 합니다. 밥 먹을 시간도 안 나서 지치고 힘든 와중에 ‘학생도 없는데 교사들 월급 받느냐’는 소리 들으면 정말 힘이 빠집니다.”(서울 A고 B교사)
 

코로나19로 수능일 등 입시 일정이 연기된 가운데 고3 교사들이 ‘살얼음판’ 같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부 작성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입시 일정이 연기됐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조급하기만 하다. 등교 후에는 진도를 나가기에도 바빴고 수시 원서접수와 자기소개서 준비에 더해 각종 방역과 대면·원격수업까지 병행하다 보니 시간이 배 이상 들기 때문. 토론·발표 수업 등 충분한 활동과 입시상담이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던 점도 걸림돌이다.
 

경기 C고 D교사는 “학술과 인성적인 부분에서 특기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이들의 패턴이나 교우관계 등 인성적인 측면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체감상 2~3배는 더 힘든 고3 담임 생활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가진단 체크나 급식지도 등 그동안 하지 않았던 사소한 일이 여럿 늘어나면서 헷갈리고 놓치는 경우가 생겼다”며 “일이 버겁다고 느껴지고 무얼 해도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대전 E고 F교사는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루 3~4시간 수업을 하는데, 마스크를 쓰면 금방 숨이 차고 목소리가 멀리까지 안 나가서 10분만 말을 해도 힘들고 어지럽다”며 “잠깐 복도에 나가 숨을 쉬고 오기도 하고 마이크도 사용하지만 괴로운 건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원격수업도 고충이다. 줌(Zoom)으로 이뤄지는 실시간 수업에서 학생들이 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아 진도를 따라오는지 확인할 길이 없고 실제 대면 수업에서 만났을 때 원격수업으로 했던 내용이 학습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다시 설명해야 하는 일의 반복이라는 것이다.
 

고3 담임을 처음 맡았다는 그는 여름방학 기간은 물론이고 개교 후에도 퇴근 후와 주말마다 집에 자료를 잔뜩 들고 가서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업무로 자신이 바쁘고 힘든 것보다도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체육대회도 취소되고, 단체활동도 못 했네요. 아이들과 한 거라곤 졸업사진 촬영밖에 없는 듯해요. 그것조차도 사진 찍을 때 말고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큼 추억도 많이 남는 게 고3인데, 마스크 너머로만 소통하다 보니 나중에 서로의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수능 시험장 방역 등 돌발변수에 대한 불안도 호소했다. 상황 악화로 시험이 추가로 연기될 경우 혼란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B교사는 “더 이상의 연장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시험실 당 수험생 수도 24명으로 축소됐지만 이 숫자도 많다는 생각이고 방역까지 더해져 감독교사로서 고충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총은 수능 감독교사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교총은 “수능 감독관 지침에는 ‘정위치에서 움직이지 말고 감독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이런 자세로 길게는 4, 5시간 이상 서 있는 교사들의 고통스런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고, 항의하는 수험생 때문에 돌아다니며 시험감독을 할 수도 없다”며 “키 높이 의자를 제공해 효율성을 높이고, 교원 1인당 2개 교과 이내에서 감독하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감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민원‧분쟁에 대해서도 법률적, 재정적 지원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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