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획일화로 인해 사립학교 본연의 설립 목적과 교육 목표를 구현하는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일 개최한 ‘고교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사례와 대입전형에의 요구’ 세미나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거창고 등 3개 고교의 운영사례 발표자들은 고교 유형에 맞게 대학이 전형을 다양화해야 함을 강조했다. 주제발표내용을 요약한다.
내신폐지, 수능 점수제, 대학 선발권 보장 ■ 민족사관고(엄세용 교감)=민족사관고는 자립형 사립고에 부여된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 교과 선택의 폭을 보통교과, 전문교과, 대학교과까지 확대운영하고 있다. 또 개별적인 선택과목 이수 계획표를 학생 스스로 작성하도록 어드바이스하고 5명 이상이 신청 하면 과목을 개설한다. 학습의 효율성을 위해 모든 수업은 교사의 연구실에서 이루어지고, 15명이 넘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다. 또 정규수업에서 해결하지 못한 학습내용을 교사 또는 교사와 학생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IR(Individual Research)제도, 영재를 위한 가르치고(Teaching/Lecture) 토론하고(Discussion/Debate) 사사받는(Writing/Tutoring) 3-Step Education 교육방법과 수업과 학교의 일상생활에서 국제 공통 언어인 영어를 사용하는 EOP(English Only Policy)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입시의 획일화는 이런 사립학교 본연의 설립 목적과 교육 목표를 구현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은 학생의 진정한 우수성을 판단할 수 없는 현 내신제는 폐지하거나 보조 자료로 할용하고, 고교등급제를 시행할 경우도 학교 등급과 학생의 우수성 사이에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학교의 등급과 관계없이 학생 개개인의 우수성을 판정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도구 계발이 필요하다. 수능역시 등급제로는 학생 개개인의 학업능력을 판정하기 어려우므로 점수제로 전환되어야한다. 수능의 구성도 이원화해, 일반적인 능력과 더불어 전문 능력 파악이 가능토록 하고, 실시 횟수를 늘려 학업능력 판정 기회를 확대해야한다. 대학은 설립 목적과 교육 목표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권을 보장 받아야 하며, 대학별 고사(본고사), 전문성 면접 등으로 학생 개개인의 능력 차를 판정할 수 있도록 대학의 학생선발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고교 발굴, 입시 반영해야 ■ 거창고(도재원 교장)=중등교육이 지나치게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 되더라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느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은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를 발굴하여 그 교육과정을 입시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은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교육에 대한 국가 주도적 통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학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가야 한다.
내신 불리한 ‘작은 학교’에 대한 배려 필요 ■ 이우고(이광호 기획실장)=도시형 대안학교인 이우고는 개인별·수준별 교육과정, 토론·탐구식 수업, A4 5~6매에 달하는 서술형 통지표, 개인별 학사(상담)지도 담임제(Academic Adviser) 등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은 개별고교의 교육과정과 운영상 특성 등에 대한 분석 또는 대학에서 정한 양식 외에 출신 고교의 특성화된 교육과정에 대한 자료, 개별 학생의 다양한 활동 경험을 담은 자료 등을 전형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이우학교는 10명 이내의 학생이 수강하는 교과가 많은데, 이 경우 석차백분율로 산출되는 내신 성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결국 소수 집단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은 학생이 낮게 평가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작은 학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