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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돈을 벌기는 왜 어려울까?

 

동학개미의 잇따른 승전보

주식투자 열풍이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잃기만 한 국내 투자자들이 똘똘 뭉쳐 수익을 내고 있다. 그래서 ‘동학개미’다. 테슬라 등 해외 주식투자에도 나선다. 그래서 ‘서학개미’다(국내 투자자는 1월에 ‘테슬라’만 무려 1조 4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실제 이들의 승전보가 이어진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KODEX200선물인버스2×(코스피 200의 하락비율의 2배만큼 수익을 가져가는 상품)’같은 ETF에 투자한 투자자는 ‘매국개미’로 불린다.

 

이런 일도 있었다. ‘네이버 지식iN’에 어느 투자자가 혹시 ‘환불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BTS의 ‘빅히트’가 상장되자 5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이 투자자는 주가가 폭락하자 ‘아직 매입한지 하루도 안됐는데 혹시 환불할 방법이 없나요?’라고 물었다.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우리 투자자들이 얼마나 서둘러 증시에 뛰어든다는 반증이다.

 

 

흔한 주식투자 패턴과 주식투자 비결

자산시장이 급등하면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친구나 이웃들을 자주 만난다. 최근 몇 달 동안 부쩍 ‘김 기자는 ##주식 안사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들의 패턴은 놀랍게도 비슷하다.

 

 

물론 열심히 공부하는 투자자도 많다. 하지만 ‘주가’는 몇 가지 요소로 결정되지 않는다. 예측이 정말로 어렵다. 기업을 공부해도 시장이 바뀐다. 시장을 공부하면 제도가 바뀐다. 결정적으로 사람의 마음은 이유 없이 바뀐다. 그 사람의 마음이 ‘가격’을 최종 결정한다. 오늘 아침 TV에는 37년간 주식투자를 했다는 유명 원로 탤런트가 주식투자 비결을 설명했다. ‘투자하는 기업 종업원의 성실함’까지 살폈다고 했다. 그만큼 따질 게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투자기업 직원들의 성실함은 어떻게 평가할까?

 

유명 펀드매니저와의 수익률 게임에서 승리한 원숭이

지난 2000년 월스트리트는 원숭이와 아마추어 투자자, 유명 펀드매니저와 함께 10개월간 수익률게임을 했다. 결과는 원숭이의 승리였다(투자기간이 더 길었으면 펀드매니저가 이길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원숭이는 -2.7%, 펀드매니저는 -13.4%, 일반 투자자는 -28.6%의 안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러니 ‘증권사 추천종목’은 피하는 게 상책이란 말이 나온다.

 

국내에도 비슷한 실험이 몇 차례 있었다. 심지어 앵무새가 펀드매니저를 이긴 적도 있다. 미래의 가격을 예측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증권사에서 추천하는 수많은 펀드의 성적이 벤치마크(시장 기준이 되는 주요 지수들)나 ‘코스피200’보다 못할 때가 많다. 이럴거면 도대체 펀드운용을 왜 할까?

 

그러니 열심히 공부한다고, 장기투자한다고, 분산투자한다고 다 돈 버는 것 아니다. 열심히 시장을 공부해서 진짜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경제학 교수들이 모두 수천억대 부자여야 하지 않을까?

 

주식시장은 사실 제로섬 시장이다

이것도 따져보자. 일단 내가 주식에서 돈을 번다면 그 돈은 어디서 온 것일까? 기업의 자본금을 공공이 투자해서 채워 넣는 주식시장은 사실은 제로섬이다. 기업의 부가가치가 올라 주가가 유지된다면 오른 만큼의 부는 투자자에게 이전되지만, 만약 유동성이나 투기심리만으로 주가가 올랐다면 주가는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증시는 100% 제로섬시장이 된다.

 

제로섬시장에서 내가 100만 원을 벌었다면, 누군가 한반도 저편에서 100만 원을 잃었단 뜻이다. 결국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다. 당신은 과연 그를 이길 수 있을까? 그의 정보력·분석력·자금력을 이길 수 있는가?(그는 오늘 하이닉스에 7천2백억 원을 투자할 수도 있다.)

 

반대로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는 맨해튼의 투자은행 CEO는 도대체 누구의 돈으로 월급을 받는 것일까? 그가 오늘 이스트햄튼의 저택에서 헬기로 출근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일까?

 

누군가 돈을 잃은 만큼 누군가 돈을 번다는데, 그럼 개인투자자는 왜 늘 손실을 볼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남이 돈을 벌 때’ 주식투자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자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1차 (기관)투자자은 떠날 채비를 할 때다. 대중의 관심이 모아지고 언론보도도 증가한다. 친구들이 만나면 죄다 ‘주식’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한 가지 결정을 내렸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그러다 순식간에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미처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의 한탄이 이어진다. 이쯤 되면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믿음이 강해진다(주당 500원 하던 주가가 5만 원이 됐는데, 누군가 100만 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한다). 이렇게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몰렸을 때 주가는 하락을 시작한다. 가격이 출렁인다. 대중들은 이를 믿지 않고 ‘정신승리’로 버틴다. 한두 번 다시 오르던 주가는 결국 폭락한다. 시장은 공포에 잠기고 아예 팔기조차 힘들어진다. 멀쩡한 회사 주식까지 팔아치운다.

 

 

게다가 우리는 빚을 내서 투자한다. 빚내서 하는 투자는 이자부담도 있지만, 늘 시간에 쫓긴다. 주식투자의 최고장점은 사는 시점과 파는 시점을 내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출을 받는 순간, 이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내 성문을 열어놓고 다른 성을 공격하러 간 장수는 빨리 공격에 성공하고 돌아와야 한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 장수가 이길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국내 투자자들의 신용공여(빚내서 투자)는 19조 원을 육박한다.

 

만약 우리가 한두 달 공부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자본시장이 존립할 수 있을까? 그러니 “주식으로 왜 개인투자자가 쉽게 돈을 벌수 없는가?”의 답변은 너무 간단하다. “돈은 원래 쉽게 벌 수 없다.” 그러니 증시에 뛰어들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왜 투자하는가?’

 

주가가 급증하자 최근 자주 등장하는 운용사 대표분이 있다. <부자 되기 습관>이라는 베스트셀러도 냈다. 말씀도 참 쉽고 재미나게 하신다. 수십만 명이 그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다. 참고로 그가 대표로 있는 운용사의 대표 펀드는 지난 5년간 수익률이 -17.42%다. 주식으로 돈 버는 것, 절대 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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