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호 경기 비룡중 교사, 정동완 경남 김해고 교사] 학생들에게 “학교의 주인은 여러분”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교육 관련 업무는 교사의 결재와 교직원 협의회에서 거의 이뤄진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수직적이며 학생이 학교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의 성장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과 후와 주말에는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기 어렵다. 또 코로나19로 온라인 학습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이 학교보다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학생은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학부모, 지역 주민, 또래들과 어울리며 정의적 측면에서 더욱 많은 성장과 사회화가 이뤄진다. 학교 밖에 있는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교육의 구성원은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 지역 주민들도 함께해야 한다.
현재 학교에서는 교육 구성원들이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학교운영위원회이지만 참여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 지역에서는 꾸준히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또 지역에 있는 학교 학운위 모임을 조직해 단위 학교가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임을 개최하기도 한다. 지역 내 모든 학운위가 모여 교육 프로그램 및 학생의 성장을 위해 함께 논의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학생자치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학년 말에는 학생회장 및 부회장 선거로 학교가 들썩이지만 다음 해 공약이 잘 실천되지 않으면서 관심이 뚝 떨어진다. 공약은 대부분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준비되지만 결국 어른들로 구성된 학운위나 교직원의 허락이 없으면 이뤄지기 어렵다.
어떤 학교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매우 특이하게 학생자치회를 조직했다. 교직원들이 구성된 교무부, 연구부, 학생자치부 등 부서명과 학생자치회 임원들이 편성되는 부서명을 일치시켜 교무부 소속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 회의하는 것이다. 자치회 학생들이 학교를 이끌어간다는 주인의식과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었으며, 이들의 정책이 반영돼 학교가 운영되다 보니 학생들의 관심도 더욱 커진 효과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학급자치에서도 민주적인 토의, 협의를 통해 학생자치회에 안건을 올려 학생들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다.
학교의 구성원에 대한 인식과 역할은 변화되고 있다. 교사만이 교육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팎에서 학생의 성장과 배움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모든 마을의 구성원이 교육의 주체가 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교육의 주체를 교사, 학부모, 학생, 마을 주민까지 포괄하는 마을교육 공동체의 역할이 중시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필요성이 더 강조됐다. 등교 날짜가 줄어들고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의 배움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및 돌봄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을교육 공동체가 정착된 지역에서는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돌봄도 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은 이런 운영에 이상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학교와는 여건과 특성이 다르며, 우리 학교 학생들이 저렇게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또 마을교육 공동체 같은 교육구성원이 확대되는 사업에는 업무부담이 크다. 우선 학생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확대돼야 한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원과 안내가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미래의 민주시민이다.
우선 우수사례집 보급 및 담당 교사들의 소통이 필요하다. 비슷한 여건과 특성이 맞는 학교별로 의견을 공유해 마을교육 공동체가 발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 행정업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노력은 학생이 학교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배움과 성장이 학교 안팎으로 일어날 수 있는 학습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