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코로나19에 따른 학력 양극화 실태를 보여주는 보고서를 제시했다. 서울 시내 중학교 382곳의 3년 치 국어·영어·수학성적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를 겪으며 중위권 학생 비율은 줄고 하위권 비율은 늘었는데 특히 수학교과에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수학교과에서의 온라인수업은 사교육시장이 기존부터 개발하던 ‘문제풀이중심’의 에듀테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EBS 강의 이용과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풀이의 무한반복 등 개인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방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수학적 감각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야기했을 수 있다.
온라인수업 디자인, ‘도구’가 아닌 ‘과제’에 초점 두기
보통 각 학교는 클래스룸, 온라인클래스, 위두랑, 클래스팅 등 자신의 학교가 결정한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이 선택할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어떤 플랫폼이 더 나은가’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수학교과는 플랫폼보다 온라인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과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온라인수업도구를 잘 다룰 수 없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이용하되 어떤 과제로 수업할지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온라인수업은 과제형과 실시간 쌍방향수업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초기에는 과제형 수업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다수 교사가 실시간 쌍방향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한 교사가 4~5개 반의 수업을 하다 보니 100명이 넘는 학생들의 과제를 매일 검토해서 피드백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몰라서 주저하는 그 순간에 피드백을 줘야 효과적인데, 과제형 수업은 피드백까지 걸리는 시차가 있다 보니 교사의 답변을 기다리지 못하고 포기해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실시간 쌍방향수업에서의 과제는 학생들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주요한 토대로서 기존의 수학수업과 같은 ‘개념 설명 → 예제 풀이 → 유제 풀이’의 구조가 되지 않는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을 진심으로 묻는 과제여야 한다. 온라인 수업상황에서 설명하고, 교사풀이를 보고 따라 풀도록 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래포 형성을 방해한다.
온라인수업에서는 학생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풀어낸 과제를 ‘검사하는 사람’, ‘했는지 안 했는지 체크하는 사람’, ‘출석 여부로 잔소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수학 선생님’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했고,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과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온라인 실시간 쌍방향 수업디자인
● 안전한 교실문화 세우기
학생들이 수학과제에 대해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하려면 ‘수학수업 교실문화 세우기’가 무척 중요하다. 등교수업이나 온라인수업 모두 수학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많이, 빨리 푸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다음은 개념을 발견하는 수학수업이 무엇인지 오리엔테이션에서 안내하는 이야기 예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