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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이상한 학교]‘입시’에 모든 것 거는 대한민국

⑨이상한 사회와 교육
쉬는 것이 보장되는 교육과정
경쟁보다 협력의 성장 문화를

 

[한상엽 경남 김해분성고 교사·정동완 경남 김해고 교사] 1990년대까지는 ‘출세’가 교육열의 주 에너지원이었다면 최근에는 남들보다 더 낮은 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우리를 좀 더 유리한 대학과 많은 사회적 자본을 얻도록 추동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양극화에 대한 공포는 대입에서 전초전의 양상을 띤다. 일관성 없는 제도 변화로 현장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절차적 공정성만을 강조한 교육 제도 정책의 변화를 마냥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 토대 위에서 작동하는 공간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교육적 타당도 입장에서 정책을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수시냐 정시냐 이분법적 도식에 따라 오직 ‘공정성’ 하나만으로 교육 정책과 대입제도를 예단하는 것은 현장에서 오랜 시간 준비해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간과한 처사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입시’에 모든 것을 거는 이상(異常)한 사회임이 틀림없다. 좀 더 나은 직장과 인생을 위해서 젊은 시절 투자를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상하다고 말하고 싶은 포인트를 몇 가지 짚어보겠다. 
 

첫째, 지나친 경쟁 문화다. 학생들을 서열화시키는 ‘비즈니스적 경쟁’ 시스템은 30년 전부터 알피 콘(Alfie Kohn)이 지적해온 바이기도 하다. 알피 콘은 ‘경쟁이 최고’라는 신화를 비판하면서, 협력의 관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알피 콘이 제시한 구조적 협력은 승자독식의 경쟁을 거부하고, 상생의 원리에 따라 상호 간 모두의 성장을 담보하는 원리다. 우리 사회를 이상하게 보는 이유는 ‘남을 이기기 위한’ 경쟁을 국가나 사회 그리고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로 제시하는 것이다. 
 

둘째, 대한민국에서의 쉼은 아직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피이퍼는 현대를 ‘노동 제일주의 사회 또는 총체적 노동의 사회로 규정한다. 그의 관점에서 인간의 모든 삶의 준거는 바로 ‘노동’이다. 쉼은 노동이 부재한 공간을 뜻한다. 피이퍼는 ‘쉼(leisure)’을 그리스어로 ‘σχολη’, 라틴어로 ‘schola’에서 유래된다고 주장한다. 스콜레와 스콜라는 ‘쉼(leisure)’의 어원이다. 그리고 일은 이러한 ‘쉼 없음’을 의미하는 ‘아스콜리아(ascholia)’로 정의되는데, 고대 그리스에서 ‘일’을 지칭하는 직접적인 단어는 없고, 단지 ‘쉬지 않음’의 상태란 뜻이다. 즉 쉼을 통해 노동이 정의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노동을 최고로 추앙하고, 학생에게도 공부를 최고의 미덕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학생의 쉼과 관련된 구절이 단지 ‘쉬는 시간 10분’ 밖에 없다는 대목은 가히 충격적이다. 쉬는 것 자체가 전인 교육을 위한 시금석이라는 입장이 다양한 수준의 교육과정에 안착하기를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이분법적 사고의 대결이다. 이념과 사상이 다를 때 극단적인 하나의 선택만을 채택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하다. 정치, 사회, 문화 등에서 발견되는 이런 ‘성숙하지 못한’ 행태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흑색선전, 상호 비방 등의 모습으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과잉된 사조는 다른 뜻을 가진 상대방을 담론 대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적으로 간주할 공산이 크다. 과잉의 철학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통념적 이데올로기로 둔갑하며, 학교 문화에 침투하기에 이르렀다. 활동 중심 수업이 핵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과 수능 입시준비 강의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두 입장이 경쟁 구도에 따라 대립하고 있다. 어떤 것이 정답일까 하는 의문 자체가 문제다. 다양한 수업 기법이 장려돼야 한다는 맥락에서 학생 활동 중심이든, 강의법이든 모두 환영받을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사회 속의 무지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상한 사회에 대한 자성과 반성 없이 아이들 또한 이상한 틀에 얽매여 똑같은 삶을 살게 된다면, 기성세대들은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경쟁보다 협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학교 문화, 쉼이 보장되는 교육과정 그리고 자유롭게 토의하며 성장하는 담론 문화가 우선 정착된다면 현실적으로 이상적인 사회와 학교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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