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올해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3년부터 일반계고에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된다. 교육부는 단계적으로 적용해 2025년부터 전면 도입한다는 방침이지만 교육계에서는 성급히 앞당겼다가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23일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단계적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법령과 지침을 정비하고 교원 역량 강화, 시도교육청 및 학교 단위 추진체제 마련 등 고교학점제 운영체제로의 전환을 중점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고교학점제 운영 모형을 만들어 왔으며 올해는 전체 고교 2367개교 중 1457개교로 61%가 연구·선도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총 이수학점은 204단위에서 192학점(2560시간)으로 감축되며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도 174학점, 18학점으로 조정된다. 국·영·수 공통과목에 대한 최소 학업성취수준 보장 지도도 적용된다. 학점 이수 기준인 학업성취율 40%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보충 과정이다. 2025년부터는 ‘전과목 미이수제’가 본격 도입된다. 성취율이 40% 이하이고 출석률이 3분의 2가 되지 않을 경우 미이수 학점(I학점)을 부여한다. 다만 보충 이수 참여 시에는 성취도 E를 받게된다.
교총은 입장을 내고 도입 일정만 못 박는 일방행정과 이행 법률만 강행 처리하는 입법 독주로는 고교학점제가 안착,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철저히 준비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교육불평등만 초래할 수 있다”며 “다양한 교과목을 가르칠 정규 교원 확충, 교육환경이 다른 도농, 학생 간 교육격차 해소방안부터 명확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실제 고교학점제 도입의 ‘제1조건’인 정규 교원 확충은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2022년에는 학교별 전담교사를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연구·선도학교 규모에 따라 시도별 중등 교원 452명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2023년 이후의 교원 수급 계획은 고교학점제 교원 수요를 반영해 내년에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지원을 위해서는 지원청 소속 교과 순회교사제, 중·고 교원 겸임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다과목 지도 지원을 위한 교원 추가배치 등 교사와 강사의 탄력적인 배치를 통해 최소한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단위 학교 교육과정 기획을 담당할 교육과정 설계 전문가를 내년까지 학교당 1명 이상 양성해 총 16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교총은 “‘농어촌 학교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원 추가 배치도 ‘검토 예정’이라고만 하는 등 모호하기 짝이 없다”며 “민감한 교원 확충 문제는 다음 정권에 떠넘기는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며 “연구·선도학교 교사들이 다과목 담당교사 문제, 다양한 교과 개설 한계, 진로보다 이수가 용이한 교과 쏠림 등 여러 문제를 지적하는데도 전면 도입 일정만 선언하면 저절로 학점제가 안착, 성공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정부·여당 주도로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한 점도 지적했다. 교총은 “여기에 더해 전문가라는 미명하에 교사 자격 없는 자를 기간제교사로 채용하는 법까지 추진하고 있다”며 “대통령 공약 실현을 위한 정부·여당의 일방행정, 입법 독주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