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 화두 AI와 메타버스. 세상 모든 것을 바꿔버릴 듯한 기세는 우리 교육에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코로나19와 맞물린 급격한 변화가 학교 현장의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에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전 부산교대 총장)은 IT·교육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소장 류세기·경북 경안여중 교장) 주관으로 24일 개최된 ‘AI와 메타버스 활용 교육혁신방안’ 화상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AI와 메타버스가 교육 발전에 불가결한 요소라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장 한선관 경인교대 교수는 ‘인공지능과 교육혁신’ 주제발표에서 인공지능의 개념과 개발 역사, 적용 사례, 사회적 이슈 등을 소개했다. 그는 AI가 우리 생활을 크게 바꾼 바퀴, 전구, 자동차 등과 비교하며 피해 갈 수 없는 대세임을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봉제 서울교대 교수와 임준호 블루가 대표는 ‘AI 기반 학습자 학습유형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학생의 학습 성향과 태도를 진단해 구조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AI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변화하는 교사의 역할에 맞는 새로운 교사상 정립에 힘써줄 것을 교총에 요청했다. 임 대표는 개발 중인 솔루션을 예로 들며 AI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데이터 수집과 활용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주제발표에서는 김상철 NHN에듀 부대표가 메타버스를 다뤘다. 김 부대표는 최근 들어 메타버스가 급부상하는 이유와 여러 유형, 특성을 소개한 뒤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음을 소개했다.
토론자들은 이 같은 신기술을 교육에 접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경계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기초학력 저하와 학력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학습 내용과 원하는 교육 내용이 집적·분석되고, 더 좋은 수업을 위한 선순환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신기술에 대한 교사나 학생 간의 인지 수용성 차이로 되려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일선 교사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내놨다. 학교가 교재·교구팔이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AI와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혁신을 이루려면 교육철학적 고민과 학교 현실에 입각한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AI와 메타버스를 교육의 목적과 가치를 실현하는 자료나 도구로 활용해야지 목적과 수단이 도치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류미영 AI교사협회장(인천송명초 교사)는 지능화된 교실 구축을 요청했다. 최근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 보급 확대로 수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으나,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교원들의 인식 개선과 노력도 당부했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인천 만수북중 교사)은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박 부소장은 "사진을 동영상과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하는 사례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메타버스에서도 폭력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고 봤다.
AI가 교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실수하고 반성하며 성장하는 교사의 모습 그 자체가 불완전한 인간인 아이들에게는 가르침이 된다"며 '인간 교사'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소속사에서 진행 중인 교육 사업을 소개하며 사회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교육계의 노력을 당부했다. 신기술의 도입에 따른 위험성 때문에 전체적인 도입에 부담이 있다면, 파일럿 형태로라도 진행해 볼 것을 권했다.
김상태 서울 과학고 교사는 AI 솔루션이 학생의 선호와 능력을 파악하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또 인간의 메타인지를 돕는 방향으로 데이터를 수집·활용해 교사는 전문성과 교육관을 개선하고 학생은 개성과 역량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유튜브 샘TV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