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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섭·합의 정신 짓밟는 교육부

지난해 12월 1일 교총과 교육부는 지난한 교섭안 조정 과정을 끝내고 과밀학급 해소와 교원 근무환경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교섭안을 완성했다. 이제 양측 대표자가 서명하는 조인식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여러 핑계를 대며 이를 미루고 있다. 교육부의 변명은 하나같이 상식을 벗어난 것이어서 교원단체와의 교섭을 비웃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상식 이하의 핑계 이어져

 

교섭안 조정을 끝낸 작년 12월, 교총이 교섭·합의 조인식 개최를 요구하자 교육부는 교원노조와의 교섭 일정과 너무 차이가 나면 안 된다는 상식 이하의 이유를 내세웠다. 교총과 교원노조의 교섭은 법적 근거도 다르고 교섭 창구 단일화 대상도 아니다. 교원노조와 교원단체 간 교섭일을 맞춘 전례도, 법적 근거도 전혀 없다. 심지어 교육부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지난 2월 14일 집단임금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결국 교육부가 내세운 핑계는 친노조적 성향만을 자인하는 모습이자 일각에서 공무직의 어머니로 불리는 교육부 장관의 민낯을 보여준 셈이다.

 

최근에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장관 일정을 잡기 어렵고,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회의도 취소된다는 이유를 댄다. 이는 더 기가 막히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한 최근 2~3주 사이에 교육부 장관은 국회 초청 간담회, 교육감 신년간담회, 학생정책참여단 한마당 행사, 대교협 정기총회, 청소년 쉼터 방문 등의 행사에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2년을 기다린 교총과의 교섭조인식을 위해 단 30분을 못 낸다는 말인가? 특히 교육부 내부의 각종 협의회 취소가 권고되는 상황이어서 힘들다는 설명은 법률로 보장된 교원단체의 교섭·합의를 일개 정책협의회 수준으로 인식하는 교육부의 안하무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교총이 교육부 앞 1인시위, 법적 조치 등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하자, 이번에는 신학기 학사일정 준비로 정신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교총은 다시 한번 양보하며 비대면으로라도 조인식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교육부는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총이 요구한 중앙교원지위향상심의회(중교심) 개최에 대해서도 독선적 태도를 보인다. 중교심은 교원단체의 교섭·협의 과정에서 교섭·협의에 관한 심의요청이 있는 경우 이를 심의하기 위해 설치되는 법률상 심의기구다. 교섭 합의서 서명을 위한 조인식은 교섭·협의 과정에 포함되므로 당연히 심의대상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섭·협의안의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중교심을 개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립조차 불가능한 답변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낄 지경이다.

 

중재·조정 절차마저 무시

 

백번 양보해 조인식 일정이 중교심 심의대상이 아니더라도 이는 중교심 심의를 통해 판단할 사안이다. 교섭 과정과 내용에 대해 당사자인 교총과 교육부 간 분쟁이 있을 때 이를 중재·조정하는 기구가 중교심인데, 개최 여부를 조정 대상인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판단해 개최를 거부하는 것은 중교심 자체를 형해화·무력화하는 것이다. 심지어 중교심 위원 구성조차도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는 법 위에 있는 초법적 독재기관인가? 교원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교섭안은 짓밟고 노조와의 교섭에만 관심 가지는 것이 민주 정권의 참모습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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