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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조금 특별한 편의점 이야기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올해 저는 1학년 담임입니다. 작은 시골 중학교라 학생 수는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봄꽃 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봄을 맞이합니다. 아침 활동으로 우리 학교에서는 시집 필사를 1주일에 한 편씩 하기로 하였습니다. 도서관에서 필사하고 싶은 시집을 선택하게 하고 공책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저 역시 같이 공책 한 권을 마련하고 시를 적은 아이들과 함께 필사하였습니다. 천천히 시를 옮겨적으니 제 마음에 시가 자꾸만 꼼지락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

 

봄 햇살처럼 기분 좋은 소설을 읽었습니다. 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 ALWAYS. 어느 날 서울역에서 노숙인으로 살던 덩치가 곰 같은 사내가 야간 알바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에 일어나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역사 선생님이었던 70대 주인은 자신의 지갑을 찾아준 노숙자 독고씨를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데려와 일자리를 제공하며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라고 한다. 덩치가 커다란 이 사내는 알콜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행동도 느려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을 걱정시키지만, 의외로 일을 잘하고 주변 사람들을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등대처럼 지킨다.

 

“독고 씨 할 수 있어요. 곧 날 추워질 텐데 밤에도 따뜻한 편의점에 머물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아요.”

염 여사는 독고 씨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답을 기다렸다. 독고 씨는 시선을 피한 채 곤란한 듯 광대를 연신 씰룩이다가 작은 눈을 돌려 그녀를 살폈다.

“저한테 왜…… 잘해주세요?”

“독고 씨 하는 만큼이야. 게다가 나 힘들고 무서워 밤에 편의점 못 있겠어요. 그쪽이 일해줘야 해요.”

“나…… 누군지…… 모르잖아요.”

“뭘 몰라. 나 도와주는 사람이죠.”

“나를 나도 모르는데…… 믿을 수 있어요?”

“내가 고등학교 선생으로 정년 채울 때까지 만난 학생만 수만 명이에요. 사람 보는 눈 있어요. 독고 씨는 술만 끊으면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불편한 편의점, 부분>

 

불편한 편의점으로 그 따뜻한 불편함이 좋아 자꾸만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세상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상처를 보듬어주며 힘내라고 말하는 것이 이웃이 아닐까요.

 

제가 필사한 시는 이운진 시인의 시 '슬픈 환생’입니다. “몽골에서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 준단다.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좋은 시는 제 마음에 봄꽃을 심는 것처럼 기분좋게 합니다. 여러분도 봄꽃처럼 아름다운 시를 읽는 행복한 봄되시기 바랍니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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