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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1] 현장에서 본 ‘윤석열 교육’ 3대 쟁점

2022년 3월 9일 실시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 앞으로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대선 공약을 중심으로 예상하고, 이에 덧붙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공약 ❶ 대입제도의 투명성·공정성 강화로 ‘부모 찬스’ 차단하겠다.

부모 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결국 수시모집을 줄이고, 정시모집을 늘리는 정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수시모집을 줄이고자 하는 까닭은 간단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이 공정성·투명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 그렇기에 우리 아이가 그 대학에 입학하기가 어려워졌다. → 내 아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모인 내가 부족해서 그 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다’라는 사고의 흐름이 학생부종합전형에 반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에 대해 큰 반감을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부모 찬스가 개입될 개연성이 크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여론을 수용함에 따라 2022 대입과 2023 대입에서 정시모집은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경우 이미 40%를 넘어섰다. 수시모집 이월 인원까지 고려하면, 정시모집 비중은 50%를 넘어선 상황이다. 문제는 공정성을 위해 대학입시에서 정시모집 인원을 10% 더 늘린다고 공정성이 10% 더 높아지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게다가 대입정책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정시모집 비율을 더 높이게 되면 국가교육 방향성과도 충돌할 수 있기에 더욱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그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부모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고 의심받던 평가요소들은 이미 폐지되었거나 대폭 축소되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각종 교외활동을 비롯한 외부 스펙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었으며, 컨설팅학원에서 대신 작성해 줄 수 있다고 비판받던 과제형 수행평가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밖에 자율동아리활동, 수상경력 등은 대입전형자료로 제공되지 않으며, 추천서 및 자기소개서도 폐지되었거나 폐지될 예정이다.

 

물론 복잡한 대입제도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지적하면서 대입전형을 단순화하겠다고 주장한 내용은 눈여겨 볼만하다. 현재 대입전형은 수시모집 4가지, 정시모집 2가지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전형요소에 의해 대학마다 조합을 달리하면 학생과 학부모로서는 복잡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모집 단위마다 다르고, 논술전형도 대학마다 시험과목이 다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학교 안팎의 전문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정도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서 수시모집은 학생부전형과 실기전형만 남기고, 정시모집은 수능위주 전형 정도만 남기는 방식 등으로 대입전형을 보다 간결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참에 새 정부에서는 수능에 대한 고민도 제대로 해 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마치 수능이 공정의 대명사인 양 말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제51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교육비를 예로 들면서, 수능은 상위계층 자녀의 평균 수능성적이 월등할 수밖에 없다. 수능을 중시한다면 이는 불우한 자녀들에겐 공정하지도 않으며, 불평등이 세습되는 일이라고 주장하였다. 수능을 보고 나서도 내 점수가 몇 점인지 알 수 없고, 대학에 따라 계산방식도 다르다. 총점에 의한 내 점수의 전국 위치도 알 수가 없다. 시험 출제 제시문과 문항도 주로 교수들에 의해 이루어지다 보니 교수들의 경험과 언어 등에 의한 차이가 수능 성적 결과 차이로 나타날 수 있어 지역 간, 계층 간 격차가 날 수 있는 구조이다. 또한 주요 대학 합격자 중 고3이 아닌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졌다. 다시 말해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을 가려면 고등학교를 4년~5년 다녀야 하는 셈이 된 것이다. 공약 가운데 있는 메타버스 기반 ‘대입 진로진학 컨설팅’ 제공보다는, 쉽고 간결한 대입제도 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공약 ❷ AI 교육으로 미래인재를 육성하겠다.

윤 당선자는 지난 1월 10일 인천 ‘새얼아침대화’ 강연자로 나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반영하여 초등학교부터 코딩교육을 하고,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AI 교육을 정규교과에 반영하겠다고 하였다. 지난해 12월 21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간담회에서도 “입시와 연계해서는 안 되겠지만, 학생들의 코딩교육에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하고, (그것으로) 입시를 치르면 ‘국·영·수’ 이상의 배점을 둬야 하지 않겠냐”라는 언급을 함으로써 코딩이 대학입시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AI 교육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이를 국가정책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그 절차와 실현 가능 여부 또한 현실적으로 살펴야 한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11월 24일, 2022 교육과정 개정안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디지털·AI 소양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반영(안)이 있는데,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정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초등학교에는 정보 관련 교과(실과)내용에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기술 분야 기초개념·원리 등을 반영하고, 중학교에서는 학교 자율시간을 확보하여 68시간 이상 정보과목을 편성·운영하도록 권장하며, 고등학교에는 정보교과를 신설하고 진로·적성에 따른 다양한 선택과목을 편성하겠다고 하였다.

 

교육과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를 대학입시에 반영한다고 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해당하는 2028 대입에서의 수능 개편은 시험과목 구조뿐만 아니라 상대평가냐 절대평가냐, 선택형이냐 아니냐, 서·논술형을 도입하느냐 마느냐 등 근본적인 틀 자체를 바꾸는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코딩을 대입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안까지 더해진다면, 대입 4년 예고제 최종 기한인 2024년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또한 AI 교육이 일종의 시대적인 요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고 이를 입시에 반영하는 순간, 아무리 난도를 낮추고 기초적인 내용만 질문한다고 해도 사교육 부담은 증가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코딩을 입시에 반영하는 안은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편 이 사안 못지않게 학교현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정보교과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확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원양성기관의 교육문제 등 준비해야 할 사안이 많다. 또한 정보교과가 들어서게 되면 그 시수만큼 부득불 줄어들게 되는 타 교과 교원 수급 문제도, 또 그들에게 복수전공을 유도해야 하는 문제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공약 ❸ 교육정책에 있어 ‘자율성’을 추구하겠다.

윤 당선인은 굵직한 교육적 사안들을 언급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학제개편 추진,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반대, 기초학력 저하를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학력평가 전수 실시, 교원들의 업무경감을 위한 행정업무 총량제 도입, 유·보 통합 추진단 구성, 교육감 직선제 개선 등 하나같이 무게감이 남다른 과제들이다. 이러한 과제의 해결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다 보면 법적인 문제와 막대한 예산 소요는 물론, 학교현장에서의 이해 당사자 간 충돌 등이 예상되기도 한다. 단일화를 이룬 안철수 대표와 맥을 같이하는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취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안 대표가 주장한 교육부 폐지 등의 공약은 워낙 큰 거버넌스 변화로 보인다.

 

다 좋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교육철학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교육감 중심의 관료적 행정을 학교 단위 자율운영으로 전환하며, 고등교육은 총리실 산하로 옮겨 최소한의 관리만 함으로써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고등학교나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나 그간 인터뷰를 살펴보면 교육정책에 있어 자율성, 그리고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고집하고 있는 수능위주 전형 100%, 그리고 윤석열 당선인이 공언한 수능위주 전형 확대는 자율성·다양성이라는 교육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고교의 다양화를 통해 미래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획일적으로 수능만 가지고 학생들을 선발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여론 눈치 보기에 불과하다. 만약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소신 있게 주장한 것이라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교육철학이 부재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교육정책 운영은 지극히 상식적이어야 한다. 코딩을 배우면 미래교육이 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게 될까? 코딩의 기본은 튼튼한 수학적 역량과 풍성한 독서 기반 상상력이다. 얄팍한 기술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길러내려면 기초가 튼튼한 학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위학교 학교장에게 그 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장은 매우 창의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관료들이 규제와 비상식적인 규칙 또는 규정으로 그 시도를 막고 있다면 학교는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 막대한 예산을 일반직 증원에 쓰고, 승진 자리 늘리는데 쓰는 당국이라면 없는 것만도 못하다.

 

한편 고교를 다양하게 만들려면 특정한 유형의 학교를 유지하려는 노력만큼이나 개별 단위학교들이 모두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그 출발선을 공정하게 그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교 정원 배정, 학생 모집방법, 학사운영 자율권 등 시작부터 다른 출발선을 학교 유형별로 그어놓은 뒤 각 학교의 교육력을 따지려 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후 단위학교의 주체들이 만들어가는 각기 다른 색깔의 학교를 학생 및 학부모들이 진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강하게 보장해야 하고, 각 학교에서는 그 선택 내지는 경쟁의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를 직접 확인하고 또 절감할 수 있게 시스템화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는 변한다. 그래야 학교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에게 부여된 자율성을 바탕으로 ‘우리 학교만의 특성’, ‘우리 학교만의 교육철학’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편 학교의 자율성은 교사를 전문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교사를 의사만큼, 법조인만큼, 회사 경영인만큼 인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교원의 지위 향상이다. 여기에서 교원의 창의성·책임감·열정이 나온다. 교육정책은 교사집단에서 결정하게 한다든지, 수능 출제진을 교사로만 꾸린다든지, 교육감 출마자격을 교사 출신으로 제한한다든지 하는 시도들로 얼마든지 실질적인 교원 지위를 향상할 수 있다. 또한 단위학교 운영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학사운영 과정에서의 모든 책임을 홀로 떠맡고 있는 교장에게는 그 역할 및 직급에 맞는 급여체계를 부여하는 등 상식적인 처우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이다. 사립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교장 임용된 분들에게 명예퇴직을 막는 폐단은 어느 나라 법인지, 또 교사를 일반 행정직 취급하는 법은 어느 나라 법인지 모를 일이다.

 

학교를 상식적으로 운영한다는 의미는 법적으로 문제없게 운영한다는 뜻이 아니어야 한다. 법적인 문제가 없어도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운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학교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교육당국은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교사들이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고 싶어도 인사권을 가지고 교사들의 사기를 꺾는 일부 사학재단도 함께 반성해야 한다. 모든 공교육에는 진정한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윤 당선인의 교육공약은 간결하다.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다양한, 또 새로운 해석을 많이 듣기를 바란다. 부디 성공한 교육대통령이 되시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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