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지역 초등학교 A교사는 방과후학교 업무를 담당하면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담당해보면 왜 다들 꺼리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인력 채용과 민원 대응, 구성원 간의 갈등 조정, 방과후강사의 파업 시 대체 투입까지 업무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A교사는 “교사 본연의 역할인 교육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모든 걸 학교에 돌리는 게 맞는지 묻고 싶어요. 학교에 학원 역할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방과후학교와 돌봄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야 한다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 학교를 운영 주체로 명시한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이야기다.
한국교총은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운영의 주체를 학교로 법제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사교육과 돌봄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해소해야 함은 당연하나 이를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 무분별하게 떠넘기다 보니 정작 학교는 교육 본연의 활동이 위축되고 노무갈등의 장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방과후학교와 돌봄은 학교의 본질적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교총의 입장이다. 교총은 “방과후학교는 저렴한 사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에서, 돌봄은 맞벌이 부부의 보육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그런데도 두 법안은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사교육 대안으로 접근할 뿐, 학교와 교원에게 관성처럼 떠넘기는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장 교원들도 “사교육 경감을 목적으로 한 방과후학교 운영의 주체를 학교로 법에 명시하는 것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부산 지역 초등학교 B교사는 “방과후학교는 현재 학교에서 교육활동의 하나로 운영되고는 있지만, 정규교육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선택형 수익자 부담사업의 운영 주체를 학교로 명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공교육 정상화’와 모순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원 28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원 행정업무 경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현장 교원들의 인식이 그대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업무는 교사 담당 업무여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교총은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 연구 결과, 초등 정규수업 외 방과후학교·돌봄 활동이 사교육보다도 아동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진은 그 이유로 초등 정규수업 외 방과후학교·돌봄 활동은 학년이 올라가도 똑같은 프로그램이 반복되거나 강사가 바뀌면 이전 프로그램과의 연속성이 끊기는 등 물적·인적 자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당 활동들을 총괄하고 학교는 그 틀 내에서 수강 모집 안내, 공간 제공에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교총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경우 총력 저지 활동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교총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운영을 일방적으로 학교와 교원에게 떠넘기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면서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은 지자체가 주민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도록 법·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같은 요구에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측은 27일 해당 법안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교총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