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 통합형(종합고) 고교가 들어선 것은 1956년 '美 대외 원조처(USOM)'의 권유로 기존 보통과에 실업과가 설치되면서부터다. 대학진학 못지 않게 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을 설치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 작용한 것이다. 해방 후에는 교육수요가 급증하면서 많은 학교를 세워야 했는데 예산이 부족해 인문고나 실업고를 따로 세울 수가 없어 종합고를 세우게 됐다. 지원 부서의 양분과 학교체제의 이원화 등 열악한 환경속에서 우수한 기능인 양성은 어려웠지만 이들은 고도의 국가경제 발전에 근간을 이뤘다. 자동화, 분업화가 가속화 되면서 다기능 기술자 보다는 한 분야의 전문인을 요구하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도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전문인을 육성하기 위해 일률적인 교육과정에서 탈피, 전문성과 특수성을 감안한 특성화 교육과정을 설치, 운영하려는 추세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전국 고교 중 상업계, 공업계, 농업계, 수산계열 학교 중 시도별로 '교육과정 자율실험학교'를 1개 학교씩 지정, 내년 신학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학교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교재 편찬, 신입생 유치 홍보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위 통합형 고교로 명명된 이 실험학교들은 1학년 동안 다양한 진로탐색 과정을 운영하고 2, 3학년에 세분화 된 전문분야코스와 인문반을 설치하는 과정으로 설계됐다. 즉 2000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인문, 실업계 구분없이 총 정원제로 뽑은 후 1학년 동안 실업 교과와 인문계 교과를 혼합 운영해 각자의 적성을 찾도록 한 후 2학년에 진학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획기적인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탐색 기초과정과 전문코스의 계발이 산업체와 연계해 이뤄져야 하며 예산, 교과 편성, 교사 수급 등의 지원이 탄력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통합형 고교의 정착을 위해 현장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도 바로 이런 것들이 잘 실천될 수 있냐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란 말은 절반의 성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교육당국은 통합고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수영 강원 영월공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