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임용시험부터 신설된 국가유공자 자녀 가산점 혜택을 받는 지원자가 전체 공립 중등교사 모집인원의 52%를 넘는 것으로 집계돼 파장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23일 각 시도교육청이 밝힌 2005 공립 중등임용시험 지원현황에 따르면 국가, 독립, 5·18 유공자 등 취업지원(보호)대상자가 2058명이나 돼 전체 모집인원 3936명의 5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전, 서울, 인천 등 예비교사들의 선호지역인 대도시의 경우는 모집인원의 60%가 유공자 자녀여서 일반 응시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도별로는 대전이 174명 모집에 126명이 유공자 자녀로 무려 72.4%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이어 울산이 140명 모집에 85명(60.7%), 인천이 298명 모집에 179명(60.1%), 서울이 413명 모집에 245명(59.3%)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외에도 전북(55.7%), 경남(52.8%), 경북(50%)은 모집인원의 절반이 넘는 유공자 자녀 몰렸고 984명을 뽑는 경기도에도 480명이나 지원해 50%에 육박했다. 논란 확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강원도는 유일하게 일반 공개를 기피하고 있다. 도교육청 담당자는 “지원 유공자 자녀는 90명으로 해당 과목 응시생만 실명으로 검색할 경우 유공자 자녀 수를 알려 주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과목별 전국현황(강원도 제외)을 보면 정보컴퓨터(전국 39명 모집에 지원 유공자 자녀 50명), 디자인공예(3명에 13명), 보건(90명에 108명), 공통과학(114명에 72명), 물리(59명에 32명), 생물(65명에 36명), 일반사회(104명에 76명), 체육(206명에 143명), 음악(104명에 90명), 미술(124명에 97명), 일본어(89명에 62명), 가정(75명에 68명) 등은 교과별 모집인원보다 응시한 유공자 자녀 수가 더 많거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일반응시생들의 합격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가점 유공자 자녀 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밝혀지자 일반 응시생들은 헌법소원까지 준비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몇 년 간 임용시험을 준비했는데 내 과목 지원자 대부분 유공자라 허탈하다” “1점도 안 되는 점수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1, 2차 시험에서 각각 만점의 10%를 가산점으로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정부와 교육당국을 성토하고 있다.
중등의 경우 1, 2차 시험을 통해 유공자 자녀가 받을 수 있는 가산점은 10점에서 최대 21점까지로 사실상 ‘합격보장점’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유공자 가산점은 최근 남녀평등 및 기회균등 원칙에 어긋나 폐지된 제대 군인 가산점(3%)의 3배가 넘는 수준이고, 또 최근 헌재 결정으로 2~6점씩 부여되던 지역가산점도 폐지된 마당이라 유공자 가산점의 개선, 폐지를 주장하는 일반응시생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계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교육청의 담당자는 “수년간 준비했는데 이게 뭐냐며 욕설을 퍼붓는 전화가 이어져 나도 보훈처에 항의전화까지 했다”며 “가산점을 합리적으로 낮추거나 가점 유공자만을 별도로 선발하는 방법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공자 가산점에 힘입어 대전, 광주 지역 예비, 현직교사 중 상당수가 서울, 경기 등에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유공자 가점은 횟수 제한이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교총도 25일 성명을 통해 “지나친 유공자 가산점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침해 시비와 위헌시비를 불러올 게 자명하다”며 “교육부는 가산점을 5% 이하 수준으로 줄이고 1차 시험에 한해서만 적용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유공자 자녀를 일반응시생과는 별도로 전형하는 특별전형 방안도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관계법에 규정돼 있는 제도를 교원만 예외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각종 고시를 제외하고 6급 이하 모든 공무원을 뽑을 때는 국가 유공자 자녀에게 만점의 10%를 가산점으로 주게 돼 있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교원은 전문직, 특수직이라는 이유로 그간 가산점이 부여되지 않았는데 최근 시행령 개정으로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유공자 가산점 문제는 임용시험 합격자 발표가 난 이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보훈처가 파악하고 있는 유공자 가구는 25만 가구로 가족을 모두 포함한 인원이 100만명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