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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고수 되는 그날까지 얼씨구~ 좋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응원하라 2022]

판소리 명고수 꿈꾸는 울산혜인학교 이도현 군
시각장애 가졌어도 국악 열정으로 한계 극복해
소리로 분위기 파악하며 추임새로 관객과 소통
재단 장학금으로 대회 참가비, 레슨비 등 도움
“더 많은 상 받아 받은 큰 사랑에 보답하고파”

 

 

 

“소년 명창은 있을 수 있지만, 소년 명고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판소리에서 ‘고수’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이다. 수많은 장단과 법도를 모두 외워야 함은 물론, ‘명고수’라는 말을 듣기까지 오랜 수련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첫째가 고수요, 둘째가 명창이라는 뜻의 ‘일고수 이명창’(一鼓手二名唱)도 고수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소리판에서 고수는 단순 반주자를 넘어 소리의 빠르기를 조절하고 추임새를 통해 분위기를 이끌거나 소리꾼의 상대 역할을 하며 소리에 혼을 더해준다.
 

이처럼 다양하고도 어려운 판소리 고수 역할을 남들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러나 누구보다 성실하고 즐겁게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학생이 있다. 이도현(울산혜인학교 2학년) 군이 그 주인공. 난산으로 태어나 시각장애를 갖게 됐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판소리 고수를 향한 도현 군의 도전에 장애가 될 순 없었다.
 

“한쪽 눈은 아예 보이지 않고 한쪽 눈은 저시력 약시여서 악보를 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한 번 확대기에 넣어서 볼 때 통으로 책을 다 외워버려요. 머릿속에 가락과 장단이 다 있다 보니 변형된 장단이어도 바로바로 칠 수 있도록 저만의 기술을 터득한 점이 제 장점입니다.”
 

이 군은 지금까지 수많은 전국대회에서 수상하며 그 실력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제15회 추담전국국악경영대회 대상, 제30회 땅끝 해남 전국국악경연대회 최우수상, 2021 무안 전국 장애인 승달국악대제전 최우수상 등 6개 대회에서 수상한 것은 물론 지난달에는 같은 대회에서 청소년 종합대상으로 장관상을 받았다. 이달 말에는 서울청소년예술제 본선 진출도 앞두고 있다. 
 

“판소리 고수의 매력은 관중과의 소통에 있는 것 같아요. 소리에 흥을 더해주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띄워줄 때 기분이 좋아요. 다른 고수들은 관객을 눈으로 보며 분위기를 판단할 수 있지만 저는 소리로 느낍니다. 제가 흥을 돋우기 위해 추임새를 내고 북장단을 신나게 치면 관중석에서 ‘얼씨구’하며 받아 쳐줄 때 ‘아 통했구나!’ 하고 느껴요.” 
 

그는 가장 좋아하는 판소리로는 심청가를 꼽았다. 시각장애를 가진 심봉사와 심청이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면서 각각의 슬픈 대목마다 마음의 강약이 느껴져 더 몰입하고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고. 이 군의 고법 스승인 이치종 일통고법보전회경남지회장은 “도현이는 장애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인지 판소리에서 말하는 ‘한’이라는 감정을 타고나게 표현하는 면이 있다”며 “북을 치는 느낌이나 추임새 등에서 또래와는 달리 자신만의 감정을 음악에 풍부하게 녹아내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재능에도 불구하고 이 군이 판소리 고수로서 꿈을 펼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2012년 사업 실패로 쓰러지신 아버지는 뇌변병장애와 언어장애 판정을 받아 근로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머니 또한 아버지의 병간호와 야간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주 이 군의 레슨을 위해 경남 김해까지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시외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을 타고 장거리 이동을 돕고 있다. 또 판소리 특성상 대부분의 대회가 전라도에서 개최되는 경우가 많아 이동에 제약이 많은 모자에게는 이 또한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이 군은 다행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이리더’에 선발돼 경제적 부담을 덜고 레슨비와 교통비, 숙박비 등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장학금으로 충당하게 됐다. 그는 “재단의 도움을 통해 다른 걱정 없이 학교 공부와 판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며 “대회에서 더 많은 상을 받아 받았던 큰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군의 현재 목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국악과에 진학하는 것이다. 고법뿐만 아니라 국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기 위해 피리와 판소리 레슨도 추가로 받고 있다. 그는 또 “키가 작아 북을 칠 때 힘이 조금 부족해 고법에 있어 제 단점이 강약 조절이라고 생각해서 북을 더 세게 치는 등 보완할 부분에 더 집중하며 연습하고 있다”며 “당장은 이달 말에 있을 서울청소년예술제 본선 대회를 위해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 나중에는 이름난 국악 선생님이 돼서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고 싶고 또 저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게 재능기부도 하면서 선배로서 소통하고 싶어요. 올해와 내년까지는 할 수 있는 한 많은 대회에 참가해서 대상이나 장관상을 더 수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제 북장단, 잘 지켜봐 주세요!”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한국교육신문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인재양성사업 ‘아이리더’의 지원을 받는 아동들을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학업·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에 잠재력 있는 저소득층 아동 556명에게 약 123억 원이 지원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후원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전용 후원 계좌
국민은행 102790-71-212627 / 예금주: 어린이재단
기부금영수증 신청 1588-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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