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교육감이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이들이 내놓은 ‘첫 메시지’의 화두는 ‘학력’이었다. 보수·진보 성향 할 것 없이 학력 신장에 방점을 둬 눈길을 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취임사에서 자신의 핵심 공약인 전수 학력평가 시행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평가를 통해 학력 실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하고 적합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하윤수 교육감 인수위원회는 오는 9월부터 부산 지역 모든 학교에서 초6, 중3, 고2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른다고 5일 밝혔다. 초3~고1 대상으로 치러지는 기초 학력 진단평가도 내년 3월부터 전수조사를 원칙으로 시행한다.
윤건영 충북도교육감도 취임식에서 “가르침과 배움이 있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면서 “학습 과학을 기반으로 AI, 에듀테크 등을 활용한 다양한 진단과 학생성장 이력이 축적될 수 있는 맞춤형 학생 평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윤 교육감은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기초 학력 진단평가 개선 방안’을 결재했다. 충북교육청은 초3~고1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진단평가를 내년부터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들도 학력 강화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인식했다.
취임 전부터 전수 평가를 통한 학력 진단을 강조했던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취임하면서 “학력을 말하면 마치 참교육이 아닌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며 “학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학생의 본분이자 학교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성장단계별 평가시스템 구축과 진단-배움-평가-지원으로 이어지는 학습 이력 관리를 약속한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취임식에서 “전남교육 대전환은 시작됐다”면서 “교육의 기본에 충실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고,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다양성을 담은 실력광주로 아이들의 꿈을 실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취임사를 통해 기초 학력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일제고사라는 낡은 프레임을 넘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진단시스템을 보완해 더 정확히 학생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응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평가 방식에 있어서 전수조사는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진보 성향 교육감의 대표 정책으로 꼽히는 ‘혁신학교’도 변화가 예고됐다. 혁신학교는 진보 성향인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2009년 도입한 공교육 모델로, 토론·체험 중심 수업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혁신학교는 매년 교육청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일반 학교와의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교과 수업이 소홀해져 학력 저하를 부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보수 성향 교육감들은 일찌감치 혁신학교의 손질을 예고했다. 특히 전국에서 혁신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 지역의 임태희 교육감은 6일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 교육을 자율을 기반으로 재구조화하겠다”고 했다. 혁신학교의 전면 폐지보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DQ(Digital Quotient) 등 미래학교 제도를 기존 혁신학교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8년간 추진했던 혁신교육 여정에 대해서도 성찰적으로 돌아보겠다”며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대중 교육감도 혁신학교를 재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