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교육환경이 급변했다. 교실 속 아이들이 달라진 것이다. 감염병에 우리 사회가 혼돈에 빠지면서 아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유명 정신과 의사이면서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수 박사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놓인 아이들이 30%에 이른다”며 “이들에 대한 심리·정서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청소년 정신상담 건수가 크게 늘어 진료를 받으려면 길게는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별’은 어떤 의미로 붙여진 건가요.
20여 년 전 대안학교를 설립하면서 힘들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학교명을 고민하다가 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삶이 빛나기를 바라고, 또 혼자 빛나는 것이 아니라 별자리를 이루어 빛난다’라는 생각 끝에 ‘별’이라는 이름의 치유적 대안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별’, 교사들은 ‘별지기’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는 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요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워하고, 세상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불안과 우울이 높습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는 그런 면들이 더 커졌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세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정부가 교육회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매기신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 너무 많은 아이가 정신과 진료를 대기 중입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 대기해야 할 만큼 아동·청소년 환자가 늘어났습니다. 때문에 교육회복의 최우선 순위로 심리안정을 꼽고 싶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학급 내 10%였다면 지금은 30%에 육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불안정 요소 중 가장 큰 요인이 관계, 즉 친구문제여서 저는 관계회복과 학급공동체 회복을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교폭력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한 교육지원청의 이야기를 듣고, 교감선생님들을 모시고 연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의 관계회복을 위해 친구 사귀기, 친밀감 만들기 등 사회정서학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제가 쓴 책의 부제를 ‘마음 회복 없이 학력 회복 없다, 관계 회복 없이 학급공동체 회복 없다’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학교생활이 정서적으로 힘들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요즘 아이들은 돌봄과 지지가 적거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경쟁과 갈등이 증폭되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돌봄의 확대, 경쟁교육의 해소, 학생들에 대한 정서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어린 초등학생들조차 교사를 흉기로 위협하고 욕설을 퍼붓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큰 걱정입니다. 아이들의 정서는 메마르고, 게다가 방임이나 아동학대 등 트라우마를 겪은 아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마주하는 선생님들로서는 너무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서적으로 폭발하는 아이들을 돕는 교육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를 위해 첫째, 학급당 학생수 감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충분한 아동과의 면담이 가능하도록 교사 인력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셋째, 학부모의 부당한 개입에 대한 학교 혹은 교육청의 권한 증가와 넷째, 다양한 사회정서학습 확대가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잘 돌보는 학교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교사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으니까요.
학생 자살이 늘고 있는데 코로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하나요.
맞습니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시기의 학생 자살, 청소년 자살이 모두 늘었습니다. 코로나는 아이들이 평상시 스트레스를 풀던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아이들을 외롭게 지내도록 했습니다. 또 아동학대·가정폭력이 늘어났고요. 더불어 아이들이 즐겨 다니던 PC방·코인노래방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고, 무엇보다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피신처·안전기지가 이 시기에 사라졌습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원하지 못한 영향도 큽니다. 최근까지도 위기 청소년이라 불리는 친구들이 찾아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곤 합니다. 위기는 늘어나는데, 지원은 계속 줄어드는 터라, 그 고통이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학생들의 학력저하도 많이 지적되는 문제입니다. 혹시 코로나에 걸린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차이가 발생하나요.
기본적으로 학교에 출석한 날 수의 차이가 큽니다. 2020년과 2021년 등교일수를 보면 평상시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학교 공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또한 사교육 여부, 부모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여부, 학습환경의 차이 등도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가장 큰 요인으로 저는 등교일수를 꼽고 싶습니다.
원격수업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것 아니었을까요.
모두가 등교할 수 없었던 상황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를 보면 등교일수가 많았던 ‘작은학교’들의 피해가 적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감염병 확산 시기에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고 학생과 교사들간 정서적 교류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작은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미 OECD에서의 분석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15명 이하의 학급을 주장하고 있고, 300명 이하 학교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에서 15명 학급에 1수업 2교사제가 되어야 지금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고, 지원하는데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회복을 위해 교사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행복한 교실을 위해 가장 노력할 주체는 현재 교육당국입니다. 코로나가 전한 교훈을 빨리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영국·프랑스 등 다른 나라가 전개하는 코로나 후속 조치를 우리는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롱 코비드 학생들에 대한 현황파악과 기초학력 회복을 위한 정서지원시스템 개편, 증가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 돌봄 등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천막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보다 쾌적한 스터디카페에서 숙제하는 학생이 더 불행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요.
(웃으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녀에 대한 기대, 교사에 대한 기대, 학교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고 이상적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어떤 분이 “6.25 전쟁 시절 천막치고 포탄의 상흔이 남은 공간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라고 하시면서 “요즘엔 호텔 같은 스터디카페도 있는데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씀하는 걸 들었습니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른 것이지요. 상대적 박탈감의 세대에게 절대적 박탈감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코로나가 우리의 교육에 전해준 진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정책을 펼쳤으면 합니다. 학급당 인원 감소, 교원 증원, 학교 전체 정원 감소, 그리고 사회정서학습 지원, 학부모교육 지원 등이 그것이죠.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 특별한 소속감을 주는 곳입니다. 타임 푸어를 겪으며 학원과 학교, 가정이 생활의 전부인 아이들에게 학교는 가장 중요한 최후의 보류 입니다. 그런 사실을 정부건 사회건 모두 명심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