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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만들어놓은 비밀의 정원을 탐하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캠퍼밴 여행

 

 

캠퍼밴, 태즈메이니아를 여행하는 가장 멋진 방법
여기는 태즈메이니아라는 곳이다. 지구 반대편 남반구, 한국에서 12시간은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호주 대륙 남쪽 끝에 자리한 섬이다. 이 섬은 섬이라고 하지만 남한의 3분의 2 크기다. 이 넓은 땅에 고작 50만 명 남짓한 인간들이 살아간다.


시드니를 거쳐 태즈메이니아의 주도 호바트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은 이미 태즈메이니아의 순도 높은 공기와 바람, 대기를 느끼고, 알아차리고 있었다. 열두 시간이 넘는 비행으로 녹초가 됐던 몸은 거짓말처럼 깨어나고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읽은 태즈메이니아 가이드북은 태즈메이니아를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를 가진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미리 예약한 캠퍼밴에 트렁크를 던져 넣고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활짝 열어 놓은 창문으로는 태즈메이니아의 바람이 한껏 쏟아져 들어왔다. 태즈메이니아는 호주에서도 손꼽히는 캠핑 여행지다.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에 위치한 캠핑장만 180여 개가 넘는다.  


태즈메이니아 캠핑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최소한 2주일 정도의 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주요 여행지의 대부분을 돌아볼 수 있고, 2~3일 정도는 트레킹이나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다. 일정은 아름다운 항구도시 호바트를 중심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동부해안을 따라 올라가 론세스톤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짜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이 코스를 따라 캠퍼밴을 달리면 태즈메이니아의 위대한 자연과 세련된 도시, 한적한 전원마을, 와이너리 등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호바트에서 곧장 북서쪽으로 달렸다. 길은 드원트강을 따라 구불거리며 이어졌다. 강 옆으로 드넓은 평원이 펼쳐졌고, 키 큰 미루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서 있었다. 미루나무 너머로는 초록의 부드러운 구릉이 펼쳐져 있었다. 양떼가 뛰어노는 전원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1시간여를 달렸을까. 캠퍼밴은 첫 목적지 마운틴 필드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마운틴 필드 국립공원은 1916년 태즈메이니아에서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 산 정상부에는 고산습지가 형성되어 있고 깊은 계곡에는 크고 작은 폭포가 숨어 있다.


마운틴 필드가 보여주는 가장 멋진 비경은 러셀폭포다. 여행자 안내소에서 20분만 걸어가면 높이 40m의 장대한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녹색의 삼림 가운데로 하얀 커튼을 드리운 것처럼 2단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마냥 신비롭다.  

 


유칼립투스 거목들이 가득한 숲도 있다. 거목은 열 사람이 팔 벌려 안아도 다 안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거대한 나무 아래 서면 경이감마저 든다. 나무 꼭대기에서는 알 수 없는 새소리가 들리고, 짙은 이끼로 뒤덮인 뿌리는 원시의 생명력으로 꿈틀댄다. 나무 뒤에서 당장이라도 정령이 걸어 나올 것만 같다. 공원 입구에서 차량을 이용해 16km 올라가면 돕슨호수를 만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 트레일을 즐길 수 있는데 날씨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단단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끝없이 이어지는 태즈메이니아의 비경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는 태즈메이니아를 여행하는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다. 캠퍼밴은 마운틴 필드 국립공원을 나와 동부 해안을 따라 북상, 프라이시넷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프라이시넷은 태즈메이니아 바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 태즈메이니아의 모든 해변을 통틀어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와인글라스 베이(Wineglass Bay)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와인글라스 베이를 즐기는 방법은 세 가지. 하나는 와인글라스 베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인데 대부분의 여행자가 이 코스를 선택한다. 주차장에서 40분 정도 수고를 들이면 오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전망대를 지나 와인글라스 베이까지 가서 해변을 따라 거니는 것. 젊은 여행자들이나 백패커들이 이 방법을 즐긴다. 마지막은 에이모스 산 정상에서 와인글라스 베이를 바라보는 것. 에이모스 산의 높이는 해발 455m에 불과하지만 정상 부근이 아주 가파르다. 게다가 대부분의 코스가 바위 슬랩으로 형성되어 있어 트레킹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위험할 수가 있다. 하지만 산행 경험이 풍부하다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 정상에 서서 내려다보는 와인글라스 베이의 조망은 탄성이 나올 만큼 압권이다.

 
와인글라스 베이라는 이름은 한때 고래 사냥이 한창일 무렵 이곳에서 사냥당한 고래의 피가 해변의 바닷물을 붉게 물들여 마치 잔에 담긴 붉은 와인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태즈메이니아는 1840년 고래잡이를 금지하고 항구를 폐쇄했다.


프라이시넷에서 이틀을 머문 후 머라이어 섬으로 향했다. 트리아부나라는 작은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40분쯤 가면 도착하는 섬이다. 여행자들이 이 섬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퍼실 클리프라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과 해벽의 빛깔이 신비로운 페인티드 클리프를 보기 위해서다. 퍼실 클리프는 거센 파도에 부서진 장대한 해벽이 장관이며 페인티드 클리프는 해 질 무렵에는 황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신비롭다.


머라이어 섬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비쉬노와 세인트헬렌스라는 작은 도시를 지나 ‘베이 오브 파이어스’(Bay of Fires)라는 해변에 닿았다. 고운 백사장과 투명한 바다가 장장 29km에 걸쳐 펼쳐진 이 해변은 여행잡지 ‘콩데 나스트 트래블러’가 꼽은 세계 10대 해변 가운데 한 곳이다. 눈부시게 흰 해변과 붉은 바위가 어우러져 절경을 빚어낸다.

 

 

베이 오브 파이어스를 지나면 태즈메이니아 캠핑 여행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태즈메이니아 북부의 론세스톤을 지나 두 시간을 달리면 태즈메이니아 여행의 하이라이트 크레이들 마운틴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크레이들 국립공원에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오버랜드 트랙’(Overland Track)이 있기 때문. 세계 3대 트레일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길이 65km의 이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 매년 1만 명에 가까운 트레커들이 줄을 선다. 트랙을 완주하는 데는 보통 6일이 걸린다. 트레일 상에 위치한 산장(Hut)에 숙박하며 트레킹을 하는데 8개의 산장을 이용한 스케줄 짜기, 텐트·침낭 등의 숙영도구와 6일간의 식량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낭만 가득한 항구도시 호바트와 론세스톤
태즈메이니아에는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두 곳이 있다. 태즈메이니아 남부에 자리한 호바트와 북부에 자리한 론세스톤이다. 태즈메이니아 최대의 도시다. 태즈메이니아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호바트에 몰려 산다. 


호바트 시내는 한나절이면 속속들이 돌아볼 수 있다. 번화가인 살라망카 마켓, 18세기 영국 조지아풍의 집들이 모여 있는 배터리 포인트, 수백 척의 요트와 피쉬 앤 칩스가 맛있는 캐주얼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프랭클린 워프, 웰링턴 전망대 등이 가볼 만하다.  

 
웰링턴산에는 꼭 올라가 보시길. 호바트 최고의 전망대다. 호바트 시내에서 B64 도로를 따라 12km를 가면 웰링턴산 정상이다. 바다와 도심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물론 가벼운 트레킹 코스도 준비되어 있다.
호바트가 태즈메이니아 남부를 대표한다면 론세스톤은 태즈메이니아 북부를 대표한다. 시내에는 19세기에 지어진 빅토리아풍의 건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데 중세 영국풍의 거리를 거닐며 태즈메이니아의 한가로움과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타마르 밸리, 와인처럼 달콤한 시간을 감각하다
태즈메이니아 여행이 즐거운 또 다른 큰 이유는 최고의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태즈메이니아 북부, 론세스톤 주변을 흐르는 파이퍼스 강을 따라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들이 늘어서 있다. 이 구역을 타마르 와인 밸리라고 부르는데 캠퍼밴은 파이퍼스 강 유역 캠핑장에 나흘 정도 진을 친 채 매일매일 새로운 와이너리를 탐방했다. 낮에는 와이너리를 돌아다니며 리즐링·피노그리·피노누아·게브르츠트라미너 등 온갖 품종의 와인을 시음하고 저녁이면 캠핑장으로 돌아와 와이너리에서 사 온 와인을 마시며 망중한을 보냈다. 


와인빛으로 물들든 타마르강의 노을과 노을이 물러간 뒤 밤하늘 가득 돋아나던 별들…. 생활에 지쳤거나, 일에 지쳤거나, 사람에 지쳤거나, 혹은 자기 자신에게 지쳤을 때. 세상과 불화할 때,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때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낯선 풍경이, 낯선 이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엉망진창인 우리 인생을 위로해준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떠나는 거다.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지만 떠나야 할 이유는 넘쳐난다. 여기는 태즈메이니아.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캠퍼밴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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