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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파상력을 통해 문제 인식 능력을 키우는 교육

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 교수는 우리가 파상력을 통해 문제를 보는 눈을 키울 것을 주장한다. 그는 파상력은 ‘망가지고 깨지는 것을 바라보는 마음의 힘’이라 정의하고 있다. 즉, 점차 망가지는 상황을 직시하면서 나름의 생기를 만들어내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일찍이 사회학자 김홍중이 만든 용어다. 우리의 역사는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마치 나선형으로 진보한다고 믿는다. 불행히도 지금은 진보를 향한 열망과 희망이 깨져가는 때이다. 따라서 조한혜정 교수는 시대가 주는 절망을 견디면서 생기를 북돋을 수 있는 ‘기쁨의 실천’을 찾아내길 주장하고 있다. 이는 문제 인식 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의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지적 회의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의 불완전함과 광신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주로 썼던 프랑스의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는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나는 인류가 어느 시대건 똑같은 양의 광기와 어리석음을 분출하도록 만들어졌다고 굳게 믿는다. 광기와 어리석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열매를 맺어야 하는 자본이다”라고 기록했다. 끔찍한 인간의 본질과 시대적 조망이 아닐 수 없다.

 

잠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살펴보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는 인간의 광기와 어리석음으로 망가져 가는 세상은 마치 종말을 향해 돌진하는 폭주 기관차처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자. 남녀노소, 특히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에 대해 저지르는 인간의 막장 드라마는 과연 인간에게 이성의 종말은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과연 그동안 인류가 지향해 온 고등동물로서의 인지와 사고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과연 제 역할을 하는지 심히 회의감마저 든다.

 

그뿐이랴. 필자는 최근 국내의 어느 인터넷 기사 한 줄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5호선에서 여성 치마에 소변을 본 70대’와 “마려워서 쌌다”는 부연 기사와 함께 말이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라는 7명의 연쇄 살인마의 기사였다. 이 기사들에는 “종말이 오고 있나? 사람들이 왜 이리 미쳐가지?”라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요즘 이처럼 망가져 가는 인간의 행태를 보는 생각은 극과 극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런 단편적인 행태는 이 시대의 지극히 엽기적인 수많은 사건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하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인간(人間, human being)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백과사전에 의하면 “동물의 일원이지만 다른 동물에서 볼 수 없는 고도의 지능을 소유하고 독특한 삶을 영위하는 고등동물이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처럼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는 인간은 조직사회를 이루고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면서 생활한다. 하지만 언어와 도구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생후에 사회에서 습득하며, 자손에게 전해진다. 이는 생후에 획득한 신체적 형질(形質)과는 다르다. 여기서 인간의 삶에서 ‘바람직한 행동으로의 변화’를 이끄는 교육이야말로 인류가 바람직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할 것이다.

 

이런 희망 사항은 언제나,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인간의 어리석음도 언제나, 어느 시대든 흘러넘쳤다. 하지만 이젠 정치와 법, 가족과 문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인간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다른 종(種)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불처럼 타오르는 인간의 광기를 열정과 에너지로 바꾸고, 망가지는 어리석음을 현명함과 지혜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여기엔 국가를 막론하고 파상력을 통해 그 폐해를 직시할 힘을 키워야 한다. 전 세계 인류가 얼마나 광기와 어리석음에 빠져 망가져 가고 있는지 파상력을 키워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은 인간의 행태를 경계하고 자제하고 극복하는 이 시대의 숙명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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