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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낸 나만의 네이밍

『언어를 디자인하라』의 저자 유영만 지식생태학자는 자신의 직업을 소개할 때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낸 나만의 네이밍을 별도로 생각해서 지어 말하라고 강조한다. 그 또한 대학 교수가 아닌 '지식생태학자'로 만나는 이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있다.

나도 내 직업을 소개할 때 교감(校監)이라고 하기보다 독감(讀感)이라고 종종 표기 한다. 讀은 '읽을 독', 感은 '감동할 감'이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학교 안에서 중간 관리자로 학교장을 도와서 학교의 일을 관리하거나 수행하는 사람으로 불리우기 보다 나의 정체성을 좀 더 담아낸 '독감(讀感)'으로 살아가고 싶다.

책 읽는 교감, 책으로 소통하는 교감, 책으로 성장하는 교감 그리고 더 나아가 평생 책을 붙잡고 감동 받은 대로 살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낸 나만의 네이밍이다.

이번 2월에 전입한 교직원과 기존의 교직원들이 함께 모여 올 해의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협의하는 시간을 3일간 가진 적이 있다. 교장 선생님도 새로 오신 터라 협의하는 주간의 첫 시간을 여는 역할을 내가 맡겠다고 했다. 교무부장의 간단한 안내와 학교장의 부임 인사 겸 학교를 운영할 청사진을 듣는 시간 이후에 나 또한 교육과정 전반에 관해 교직원들에게 전체의 방향을 PPT로 진행했다. 이때 PPT 슬라이드 하나 하나에 나의 정체성을 담아낸 독감(讀感)을 새겨 넣었다. 아마도 눈치 챈 직원들은 '독감'이 뭐지? 라고 호기심을 가졌을 것이다. 30장에 가까운 PPT를 띄울 때마다 독감(讀感)이라는 글자가 표기되었으니 눈여겨 본 직원들은 앞에 나와 말하는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 말이겠거니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매너니즘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도 있다. 새로울 것이 많지 않은 공문서를 다루다보면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하게 된다.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게 된다. 신선하다는 얘기는 새롭고 산뜻하다는 말이다. 학교장을 도와 교무 전반의 일을 하고 있는 교감이 늘 하던 방식대로 일한다면 지켜 보는 직원들도 그렇지만 본인 스스로에게도 동기부여를 잃게 만든다. 매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최소한 현실의 흐름에 맞춰 개선할 사항들을 찾아내 조직의 분위기를 새롭게 할 수 있는 힘은 '독서'에서 얻는다.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한 가지가 앞서 걸어간 사람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모방을 넘어 나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독서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거장의 어깨 위에 올라타 단숨에 높은 경지를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돌아보게 된다. 사람 됨됨이가 말과 행동을 보면 안다고 한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정교하게 다듬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독서만한 것이 없다. 학교에 근무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직원들이 교감의 일거수 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 읽는 모습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모습은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남에게 보이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최소한 독서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남다른 메세지를 던져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바쁜 일과 속에 사실 책을 읽어내는 시간을 확보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책 읽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시간을 찾아내 한 쪽이라도 읽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체력과의 싸움이고 시간과 줄다리기를 하는 셈이다.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독서하겠다는 말은 거의 대부분 거짓말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조금이라도 눈이 밝을 때 한창 기력이 왕성할 때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나만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다보니 결국 독서하자라는 상투적인 말로 글을 맺게 된다. 단순히 학교 안에서 중간 관리자로 학교장을 도와서 학교의 일을 관리하거나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신선함을 던져주는 '독감(讀感)'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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