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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평가원이 표준점수·백분위 잘 몰라”

“과목간 난이도 조절에 최선 다했어야”
16년간 대입시 출제한 김호권 전 교수

14일 발표된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 같은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도 선택 과목에 따라 점수가 최고 37점까지 벌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자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시험을 얼마나 잘 치렀나보다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가 대입시의 당락을 좌우할 상황이 되자, ‘선택 과목 난이도가 달라도 표준점수로 보완할 수 있다’고 장담해 온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정강정)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수능에 대해, 1969년 대학예비고사부터 1985년 학력고사까지, 16년간 대입시 문제 출제에 관여해 온 평가전문가 김호권(72) 전 영남대 교수(한국행동과학연구소 부회장)는 아마추어 평가원이 표준점수와 백분위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 못해 문제를 야기했다며 쓴 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앞으로 4~5년간 시행착오를 겪어야 정착될 것 같다”면서 “수능시험을 빨리 자격고사제로 전환하고, 교육부가 시시콜콜하게 대입시에 간여하는 것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지난 4월 골절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김호권 전 교수와 1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올 수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평가원은 원점수가 양극단으로 몰리지 않게 난이도 조절에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표준점수는 점수가 정규분포와 정상분포가 돼야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있으며, 평균치만 조절해 주지 양 극단은 조절하지 못한다. 난이도가 조절 안 되면 양극단서 희안한 일이 벌어진다.

만점에서 1점만 떨어져도 표준점수는 30~40점씩 떨어질 수 있다. 평가원이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 같다. 교과목간에 상호 협력해서 난이도를 조절했어야 했다.”

-백분위는 어떤가.
“백분위는 중앙치에서 너무 미세하게 쪼개져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원점수에서의 큰 차이가 백분위에서는 작은 차이로 좁혀 지는 것이다. 따라서 상위권대학은 별 문제없지만 중위권 대학에서는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출제방식에 문제가 있나.
“선택과목도 보편성이 많은 과목으로 출제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또 처음 출제에 참여한 사람은 난이도 조절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전에 출제를 관장할 때는 3분의 1은 전년 출제자, 3분의 1은 가끔씩 출제에 참여한 사람, 나머지는 처음 출제하는 사람으로 구성했다.

또 몇 명은 같은 영역의 다른 과목에 정통한 사람들을 포함해 과목간 난이도를 조절하게 했다. 지금은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지난해 소수점 적용 문제도 너무 즉흥적이었다. 변별력을 갖기 위해 그렇게 했겠지만,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 몇십 만명의 인생이 달린 국가고사를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출제해서는 곤란하다”

-대입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지금도 방향은 맞다. 그러나 앞으로, 수능시험을 빨리 자격고사제로 전환해야 한다. 수능 원점수를 공개 한다 안한다는 식으로 시시콜콜하게 국가가 관여하지 말고 활용 여부는 대학에 맡겨야 한다.

본고사는 학생 부담, 과외 등 엄청난 부작용이 예견될 수 있으므로 부활하더라고 부작용 생기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과 서울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에서 교직을 마감하고, 지금도 한국행동과학연구소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호권 전 교수는 평가 분야에서는 이론과 경험 모두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로로서 그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후배들에 대해서도 고언을 아까지 않았다.

그는 평가원의 젊은 연구원들이 기술적인 노하우는 갖고 있지만 수능과 입시 등 구체적인 접목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가원은 수능연구에만 전념해, 매년 수능으로 죽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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