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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고슴도치 딜레마의 교훈

고슴도치는 겨울에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밀착시키려 들지만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면 반드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몇 번의 시도 후 그들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도 상처를 주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찾게 된다. 이것은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우연히 고슴도치의 행동을 관찰해 발견한 사실이라고 한다.

 

친한 사이도 적정한 거리 찾아야

인간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친구 사이에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안전거리도 지켜야 한다. 지나치게 친밀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사이가 너무 가까우면 언행에서 적정선을 넘기 쉽다. 예를 들면 친하다고 반말을 하거나 별명을 부르고, 빈정거리거나 함부로 대하다가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의 나쁜 기분을 상대에게 토로하며 정신적 부담을 주기도 한다. 친근감의 표시일지라도 상대는 싫어하거나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예의를 지켜야 한다. 자동차도 충돌사고를 방지하려면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선을 넘지 않는 안전거리는 어떤 것인가? 사람 사이의 거리는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종일 함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해도 혼자 하지 않고 꼭 같이하려고 든다.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상대방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보여 갈등이 유발되기 쉽다. ‘거리가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말처럼, 너무 가까우면 전체가 아닌 부분만 보이기 때문이다.

 

친구 간에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실상을 모르는 것이다. 관계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집착을 가져와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닫게 한다. 가족간 갈등이 잦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풍경도 너무 근접해 있으면 제대로 볼 수 없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서로에게 충분한 사적 공간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모든 면을 알려고 하거나 간섭하고 좌지우지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사생활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먼저 말하지 않으면 관여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잘 안다고 여겨 제 마음대로 판단하면 곤란하다. 아무리 선의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꼬치꼬치 캐묻고 일일이 간섭한다면 상대방을 숨 막히게 할 수 있다. 결국 둘 사이가 소원해지고 낯선 사람보다 못한 적대관계로 변질될 수 있다.

 

좋은 관계에는 균형 존재해

친구라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눠야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생각이 다르더라도 무리한 설득을 시도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대부분은 논쟁이 발생하면 회피하려고 침묵을 지키거나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하며 화제를 돌리려고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그 상황을 해결할 수는 있어도 둘 사이의 우정에 상처를 남긴다.

 

우정의 심리적 거리를 준수하는 것은 어느 일방의 일이 아니다.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내 의견도 수용을 강요할 수 없다. 나와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일은 인간관계의 기본 원칙이며 상대방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좋은 관계에는 균형이 있다. 상대가 원하고 내가 원하는 최적의 거리를 산출하고 유지하고 만족하는 능력이 성숙한 사람의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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