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을 읽어주는 교장 선생님들이 많아졌습니다. 평소에도 읽어주시고, 입학식이나 졸업식에서 읽어주는 분들도 아주 많아졌습니다.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교장 선생님들이 책을 읽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행위 자체도 영향력이 크지만 ‘교장 선생님까지 책을 읽어준다’라는 의미에서도 그렇습니다. 또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과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의미로서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으로 보면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도 의미가 큰데 여기에 교장 선생님까지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은 ‘책을 읽어주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대통령도 책 읽어주기 나서
미국에서는 대통령도 주기적으로 학교를 방문해서 책을 읽어준다고 하죠? 이것은 대통령의 권위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대통령까지 책을 읽어주는 나라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여러 사람이 책을 읽어주며 ‘얘들아,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니 틈틈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라고 권유하는 것입니다. 교육적 효과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 읽어주기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매년 2번씩 학급별로 책을 읽어줍니다. 해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1·2·3학년은 학기 초에 읽어줍니다. 우리 학교는 1·2·3학년 선생님들이 매일 책을 읽어주기 때문에 ‘학기 내내 이루어지는 중요한 일이니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 이렇게 읽어주시면 된다는 시범의 의미,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좋아하니 걱정하지 말고 시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4·5·6학년은 학기 말에 읽어줍니다. 2학기에도 비슷하게 반복합니다.
2학기 말, 6학년에게는 ‘졸업을 축하한다. 6년 동안 학교 다니느라고 애썼다, 졸업 후에도 중학교에 가서 잘 지내기를 바란다’라는 의미로 책을 읽어줍니다. 이때 읽어주는 책은 졸업식 선물로 주는 ‘마지막 강의(랜디 포시 저)’라는 책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졸업생들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게 됐는데, 이 책의 일부분을 읽어주며 의미를 일깨워 줍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졸업식에 가서야 이 책을 읽어준 이유를 알게 됩니다.
5학년에게는 ‘이제 지금 6학년이 졸업하면 지금 5학년이 6학년이 되니 맏언니가 되는 것을 축하한다. 그만큼 후배들이 많이 생긴다는 뜻이니 잘해주길 바란다’라는 등의 의미를 말해주면서 책을 읽어줍니다. 긴 이야기책 일부분을 읽어주며 직접 읽어보라며 소개하기도 하고, 5, 6학년이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높은 수준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들은 5, 6학년에게 읽어줘도 매우 좋습니다. 5·6학년 정도면 책을 읽어주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자주 하지는 못해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독서 교육 성공의 중심에
교장 선생님들의 중요한 역할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학교 교육과정에 독서 교육 계획을 반영하고 책 읽어주기를 포함하는 일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먼저 읽어주기 시작해 입학식 같은 행사부터 진행해보길 권합니다. 그런 다음 담임 선생님들께 함께 책을 읽어주자고 제안하고, 조금씩 추진하는 겁니다. 그다음엔 학부모들이 가정에서 읽어주기,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읽어주기 등 각자 역할을 하도록 구성원을 설득합니다.
교장 선생님들은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교장 선생님만이 학교 안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조금 배우면 됩니다. 읽어줄 책도 아주 많습니다. 매년 2월에 있는 ‘책 읽어주는 교장 선생님 되기 워크숍’에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읽는 활동, 즉 ‘독서’가 중요하다면 모든 사람이, 모든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공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책 읽는 아이들, 책 읽는 국민’이 되는데 그 중심에 교장 선생님이 계시면 좋겠습니다. 멋진 역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