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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뷰] Q&A로 알아보는 술의 과학! 

Q

 

1. 술 마시면 없던 자신감도 생기고, 막 어색했던 사이도 쉽게 친해지는데 왜 그럴까요?
우리 뇌는 매우 복잡합니다. 하지만 최대한 단순화시켜 보면 중심부위, 중간부위, 제일 바깥쪽 부위 총 세 부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제일 중심부위는 뇌간입니다. 뇌간은 심장을 뛰게 한다거나, 호흡을 조절한다거나, 체온을 조절한다거나 하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중요한 기능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제일 안쪽에서 보호받고 있어요.

 

중간부위는 대뇌변연계라고 하는데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을 담당하는 부위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바깥쪽은 대뇌피질이라고 하는데 이성을 관장하는 부위입니다. 우리가 본능에 이끌리더라도, 본능대로 행동하지 않고 이성적인 사회적 동물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대뇌피질에서 이성이 본능을 적재적소에 억누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술을 마실수록 바깥쪽부터, 즉 이성을 관장하는 부위부터 마비가 됩니다. 그래서 이성이 마비되고 본능만 남아서, 술을 마시면 자신감이 넘치고 이성적으로 이것저것 안 따지다 보니 서먹한 사이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너무 심하게 마시면 나중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제일 안쪽에 있는 뇌간까지 마비가 와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합니다.  

 

Q2.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이 당길까?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고차원적인 생각은 주로 뇌의 가장 바깥 부분인 대뇌피질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술을 마실수록 대뇌부터 마비되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다 잊고, 나름 행복하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Q3. 술은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나나요?
흔히 ‘술은 마실수록 세진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건 간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뜻입니다. 감당이 안 되는 양의 술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원래 알코올을 분해해 주던 효소들은 힘에 부칩니다. 그래서 알코올 분해와는 전혀 상관없는 효소들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마치 마감시간은 촉박한데, 갑자기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게 되자 다른 부서 사람들을 끌어다가 일을 시키는 꼴입니다. 


물론 간에는 2E1이라는 효소가 너무 많은 술이 계속 들어오면 도와줍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분해를 못 해서 활성산소라는 부산물을 만들어 내는데, 이 활성산소는 계속해서 간을 파괴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술을 자주 마시면 다른 효소가 도와줘서 일시적으로 술이 느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그 효소들은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술은 절대로 늘지 않고 간만 계속 상할 뿐입니다. 

 

Q4.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잔뜩 취하면 자기 몸도 못 가누고, 바닥에 누워버리면 그때부터 자기를 제외한 온 세상이 핑글핑글 돌아가는 이유는 뭘까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다리가 풀리고, 바닥에 누워버리면 세상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느낌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술을 마시면 처음엔 뇌 바깥쪽이 마비되지만, 많은 양의 술을 마시면 대뇌피질뿐만 아니라 운동과 균형감각을 조절하는 소뇌 부분도 마비를 시킵니다. 이것 때문에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게 되고, 심지어 누우면 세상이 막 뱅글뱅글 도는 것이죠. 


소뇌는 인간만 있는 게 아닙니다. 포유류는 물론 어류·양서류·조류 등도 모두 소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은 뭘까요? 동물들도 술에 취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직접 소주를 사 먹는 것은 아니고, 과일은 발효되면 알코올 성분이 다량 만들어지는데, 가끔 동물이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먹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발효된 과일을 먹은 동물은 소뇌가 마비되면서 만취한 사람처럼 제 몸을 못 가누고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것입니다.  


Q6. 과음한 다음 날이 되면 전날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명 ‘필름 끊기는’ 현상은 왜 일어날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집은 잘 찾아가는 이유는 뭘까요?
술을 진짜 엄청나게 마시면 대뇌피질 마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점차 뇌 깊숙한 곳까지 뇌를 마비시키게 됩니다. 뇌 중간부위쯤에 위치한 변연계라는 부위에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가 있는데, 이 해마는 마비가 되면 우리가 인지하고 경험하는 것들을 제대로 저장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술을 많이 마시면 취한 당시에는 대화도 하고 뭔가 다 기억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 못 하는 일명 ‘필름이 끊기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무리 필름이 끊겨도 집에는 잘 찾아갑니다. 왜일까요?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저장 못 하는 것이지 이미 저장되어 있었던 기억은 출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우리 뇌는 술을 마시면 입력장치는 고장 나지만, 출력장치는 작동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말입니다.  

 

Q7. 막걸리나 와인은 왜 소주나 양주보다 숙취가 더 심한가요? 
막걸리나 와인 같은 발효주는 소주·양주보다 숙취를 더 심하게 유발할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 발효주는 곡물·과일을 통째로 넣어서 발효시키는데 껍질이 발효되면 순수한 에탄올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숙취를 심하게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히드와 메탄올도 함께 만들어집니다.  


반면 소주나 위스키는 발효주를 끓여서 알코올을 증류시킨 후 모아서 만든 증류주입니다. 에탄올과 메탄올의 끓는점은 각각 78.3℃와 64.7℃로 14℃ 정도 차이가 있는데 가열하기 시작하면 끓는점이 낮은 메탄올이 먼저 증발합니다. 증류주를 만들 때 증류 초반에 먼저 증류돼 나오는 술을 초류라고 하는데 이 초류는 버리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즉 먼저 나온 메탄올을 다 제거하고, 그 후에 순수한 에탄올만 증류하고, 이것을 모아 증류주를 만들기 때문에 발효주에 비해 증류주가 숙취가 덜 한 것이죠. 


Q8. 숙취해소제는 정말 효과가 있나요?
숙취해소제의 성분을 보면, 아스파라긴과 같이 간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영양분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런 영양분은 당연히 간에서 효소들이 열심히 일을 할 때 보조적으로 도움이 되는 영양분입니다.

 

또한 다양한 과일이나 식품 추출물이 들어가는데, 이러한 추출물들 역시 숙취를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도를 높여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숙취해소제는 의약품이 아닙니다. 그 말은 너무 효과가 좋으면 절대로 시중에 쉽게 유통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너무 맹신하지 말아야 합니다. 


술을 분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배에 음식을 미리 많이 채워 넣고 술을 마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술이 천천히 흡수됩니다. 간이라는 공장에서 천천히 술이 들어오니까 그때그때 잘 분해할 수 있는 거죠. 또한 배·오이·토마토 등의 식품을 술과 함께 섭취했을 때, 술을 분해해 주는 효소들의 활성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으니, 술을 마시는 중간중간 갈아 만든 배 음료나 토마토주스, 오이 등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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