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당선> 잔망스런 인섕
선생님, 며칠 전 학교 급식에 고추장 비빔밥이 나오던 날이었습니다. 밥먹다 말고 한 아이가 울상을 짓고 있길래 밥 먹던 숟갈을 내려놓고 그 아이에게로 갔죠. 평소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아이였기에 고추장을 덜어주어야 하나 맨밥을 더 퍼 줘야 하나 하면서요. 제가 맡고 있는 1학년 교실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으니까요. 부지런한 숟가락질 소리, 몹시도 매웠는지 후울쩍 콧물을 들이마시는 소리, 조곤조곤한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비교적 뒤 쪽에 위치한 그 아이 자리로 갔습니다. “○○야, 밥 먹다 말고 왜 울상이니? 누구하고 다퉜어?” 다른 아이들이 듣지 못하도록 작은 소리로 말하려고 허리를 달싹 엎드려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 아이는 여지껏 참고 있던 울음을 한꺼번에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묻지나 말 걸 제 물음은 그 아이의 한껏 부풀어 오른 울음보를 바늘로 콕 터뜨린 꼴이 되고 만 겁니다. 이미 봇물처럼 터져 버린 아이의 울음이 어찌나 구슬프고 처절하던지 저희 반 아이들은 모두 목이 메이는 점심을 꾸역꾸역 먹어야만 했습니다. 그랬거나 말거나 제 몫의 비빔밥을 한 그릇씩 뚝딱 비운 아이들은 하나 둘 집으로 가고 교실에는 어느새 그 아이와 저만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