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아빠입니다. 얼마 전에 실시한 과학전람회 대회에서 우리 아이가 왜 상을 못 받았는지 알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제가 보기엔 우리 애가 잘한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애들이 상을 받는 건가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 엄마입니다. 우리 애가 선생님 과목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중간고사 볼 때 긴장을 했는지 잘 못 봤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많이 힘들어해서 그런데 기말고사는 조금 쉽게 출제해 주세요.” “이번 선택과목 조사에서 아이가 물리학Ⅱ를 신청했더라고요. 신청기간이 끝난 것은 알지만, 아이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지금 전학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생명과학Ⅱ로 바꿔주세요.” “아이가 과학 경시대회를 깜빡하고 신청하지 못했다네요. 저희 애 신청 좀 해주세요.” “아가씨, 우리 손자가 그 학교 졸업생인데 외국 유학을 가서 너무 보고 싶은데 혹시 졸업앨범을 구매할 수 있나요?” 작년 한 해 내가 받은 학부모들의 전화 중 일부이다. 작년은 코로나로 인해 개학 연기·온라인수업·학사일정 조정 등으로 교사·학부모·학생 모두 처음 겪는 일들이 많았고, 예년보다 더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학년 초에는 온라인수업과 관련한 문의가 많았고, 내가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이에요. 대학을 다니다 교사가 되고 싶어 수능을 다시 봤습니다. 얼마 전에 교대 면접준비를 하면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게 되었어요.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보고 싶어요.” 2월의 어느 저녁,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 반이었던 졸업생 아이로부터 오랜만에 받은 문자메시지였다. ‘생활기록부에 뭐라고 쓰여 있길래….’ 궁금증이 일었다. 며칠 뒤 아이가 들고 온 생활기록부에는 화려한 문장이나 특별한 이야기가 적혀 있진 않았지만, 그 당시 아이와 상담하며 나누었던 이야기, 학부모님과 상담했던 일, 학급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이 떠올랐다. 평소 아이와 했던 대화내용과 학교생활에 임하는 자세, 공부하는 모습 등을 생활기록부에 담고자 했던 노력 덕분이었을까. “너 치과의사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섬세하고 배려심이 강해서 교사가 잘 어울릴 것 같았어.” “3학년 때 허리 아파서 앉아있는 것이 힘들 정도였는데 ○○가 많이 도와줬던 것도 기억나시죠?” 아이와 생활기록부를 보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나에게는 3학년 5반의 추억이고, 그 아이에게는 한 번뿐인 고3 시절을. 학생생활의 기록, 학·생·부 한 사람의 고등학교 재학 기간의 삶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