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보다 중요한 것은 비움이라는 말이 있다. 이 명언은 비단 우리 인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공연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최근 대학로에는 2~3명의 배우만이 출연하는 연극과 뮤지컬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대극장의 수십 명 앙상블로 구성된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군무나 화려함은 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적어진 배우 수만큼 커진 무대 위의 여백을 채우는 두세 명의 배우에게 집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배우가 가진 역량과 한 명 한 명이 가진 에너지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2~3인극만의 매력이니까. 고독으로 이룬 가족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의 배경은 1930년대 뉴욕. 대공황을 맞아 실업자가 급증하자 사람들은 금주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더 술을 찾고, 밀주 사업을 벌이는 마피아는 더욱 더 세력을 확장한다.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을 위로해온 ‘아폴로니아 바’ 역시 마피아의 손에 넘어가 내일이면 문을 닫는다. 이 위태롭고 초라한 공간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준비 중인 보드빌 배우 리차드와 오스카. 우연치 않게 그들의 공연에 참여해야 하는 마피아 스티비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품의 제목 미아 파밀리아는 이탈리아어
“공연 보지 말라”니. 공연을 추천해주는 칼럼에 이 무슨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볼 만한 공연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요즘 필자의 대답은 한결같다. 어느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다지만, 체감기온 영하 20도와 영상 40도의 그야말로 ‘극한 기후’를 겪어본 우리는 안다. 냉방기도 온열기도 필요 없이 창문을 활짝 열어둘 수 있는 계절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리고 만다는 것을. 이에 필자 역시 극장으로 관객을 이끌어야 하는 본분(?)을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 컴컴하고 사방이 막힌 극장은 상쾌한 봄의 공기 앞에서 매력을 잃고 마니까. 대신 계절의 향취를 만끽하면서도 문화생활의 갈증을 달랠 수 있는 곳, 미술관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려 한다. 갤러리의 화사한 작품들은 관람객의 마음을 봄볕 같은 따사로움으로 충전시켜줄 것이다. 반 고흐를 만지다 바야흐로 전시도 4차 산업혁명시대다. 멀찍이 떨어져 감상해야 했던 예전과 달리, 기술은 관람객을 작품 속 세계를 만지고 느끼게 만든다. 전시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展은 작품을 보고, 듣고, 만져보며 오감으로 반 고흐를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이곳을 찾은 모든 관람객들은 갤러리에
연주회 나의 클라라 북미 최고 권위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리사이틀. 선우예권은 클라라 슈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그의 음악적인 동지이자 사랑과 우정의 대상인 클라라 슈만, 로베르트 슈만,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을 연주한다. 이번 공연은 반 클라이번 이후 첫 전국투어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콩쿠르 위너’ 타이틀을 넘어 음악가로 발돋움하는 무대가 될 예정이다. 5.28 | 대구 콘서트하우스 5.29 | 경주 예술의전당 5.31 | 부산 영화의전당 6.1 | 서울 예술의전당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까칠한 성격의 고집불통 앙리할아버지와 방황하는 대학생 콘스탄스가 특별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연극. 프랑스 극작가 이방 칼베락(Ivan Calbérac)의 작품으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불안과 상처, 두려움의 감정을 세대 간의 소통을 통해 풀어낸다. 공연에서는 ‘국민할배’ 이순재, 신구와 더불어 권유리(소녀시대), 채수빈이 호흡을 맞춘다. 3.15-5.12 |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대한민국 육군의 뿌리가 된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일제에 항거하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
뮤지컬 그날들 청와대 경호원이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그녀'와 사라진지 꼭 20년 뒤, 또다시 경호원이 대통령의 딸과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뮤지컬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20년 전의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가고, 이에 얽힌 두 남자의 우정과 사랑이 드러난다. 작품은 김광석의 명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로 이야기에 촉촉한 감성을 더한다. 2.22-5.6 |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7-6.8 |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뮤지컬 그리스 문화계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뉴트로(newtro).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로 새롭게 해석된 복고를 뜻한다.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의 1970년대 주연 뮤지컬 영화도 ‘뉴트로’라는 키워드를 통하면 2019년들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된다. 십대 청춘들의 꿈과 열정, 사랑을 그리는 뮤지컬 그리스는 세련된 편곡, LED 영상 등 첨단 기술을 더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4.30-8.11 | 디큐브아트센터 연극 왕복서간往復書簡: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의 대표 작가 미나토 가나에. 작품 대부분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드라마틱한 전개와 높은
공교롭게도 세 명의 왕이 한국을 향해 동시에 선전포고를 했다. 전설 속의 왕 ‘아더’와 정글의 왕 ‘심바’, 그리고 록의 여왕 ‘퀸’이 바로 그 주인공. 각각 뮤지컬과 클래식으로 무대 정복에 나선 세 명의 왕을 만나보자. 또한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지 주목해보자. ■전설의 왕=명검(名劍) 엑스칼리버와 원탁의 기사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더왕. 그는 가공된 인물임에도 영국의 전설적 인물이자 켈트 민족의 영웅으로 여겨진다. 6세기경을 배경으로 계속되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수많은 무훈을 세우며 백성을 지켜냈다는 이야기가 그를 주인공으로 전해져오고 있다. 진심으로 백성을 위하는 성군의 모습으로 인기를 끈 아더왕은 덕분에 중세 시대 유럽에서 예수 다음으로 많이 회자된 전설적인 인물로 꼽힌다. 뮤지컬 킹아더는 지금까지 영화와 소설,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변주돼온 전설의 왕 이야기를 무대 위로 옮긴 작품이다. 뮤지컬은 아더왕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판타지적 색채를 덧입혔다. 스타일리쉬한 고전이라고 할까. 무대에서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잠재울 영웅을 기다리는 가운데, 우연히 바위에 박힌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더가 왕으로 즉위한 후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2004년 한국 초연 이후 누적 공연 횟수 1100회, 누적 관객 수 120만 명 등 유례없는 대기록을 쓰고 있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했다. 바로 뮤지컬배우 민우혁과 전동석.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비롯해 무대 위에서 성실히 실력을 쌓아온 이들이 조승우, 류정한, 홍광호, 박은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맡아온 지킬‧하이드 역에 어떤 새로운 매력을 더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2018.11.13-2019.5.19 | 샤롯데씨어터 창극 패왕별희 때는 초한(楚漢) 전쟁, 초나라의 패왕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별을 그린 중국의 대표적인 경극 레퍼토리 패왕별희가 국립창극단과 만나 새롭게 태어난다. 연출을 맡은 우싱궈는 대만의 배우이자 연출가로, 경극의 현대화 작업을 통해 세계 예술계에 이름을 널리 알려왔다. 작품에는 라스트 템테이션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미술상을 휩쓴 아티스트 협금첨(Tim Yip)이 의상디자이너로 참여해 기대를 더한다. 4.5-14 | 국립극장 달오름 연극 오이디푸스 ‘국민배우’ 황정민이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로 연극무대에 돌아온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뮤지컬 팬텀 오페라의 유령의 반쪽자리 가면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팬텀’. 그는 왜 파리 오페라극장의 음습한 지하에 숨어살고 왜 항상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걸까? 뮤지컬 팬텀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비극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 오페라극장을 배경으로 한 만큼 성악가 출신의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임태경, 카이, 김순영 등이 들려주는 ‘귀호강’ 넘버는 이 작품에서 놓치면 안 되는 감상 포인트다. 11.30-2019.2.17 | 충무아트홀 대극장 연극 레드 색면추상의 대가로 알려진 화가 ‘마크 로스코’와 그의 조수 ‘켄’과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 미국의 극작가 존 로건이 마크 로스코의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추상표현주의에서 신사실주의로 변화하는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세대 갈등을 그린다. 스승으로 대표되는 구세대와 신세대를 대표하는 제자간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예술 너머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끝없이 던진다. 배우 강신일, 정보석이 로스코역으로 출연한다. 2019.1.6-2.10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뮤지컬 광화문연가 임종을 앞둔 남자 ‘명우’. 그 앞에 인연을 관장하는 존재 '월하'가 나타나며 다시 한 번
2018년 한 해가 끝나간다. 무대 위에서 한 편의 작품이 펼쳐지는 두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해 본다. 때로는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일 때도 있지만 평생에 걸쳐 진한 흔적을 남기는 사랑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린 아이가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나 국가의 수장이 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이렇게 보면 새삼 52만5600분이라는 1년의 시간이 얼마나 장대한지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2018년 마지막으로 무대 위에 올려지는 공연은 이 기나긴 인생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추운 계절을 덥혀주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을 보며 떠오르는 얼굴들에게 오랜만에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어르신들의 생애 마지막 로맨스를 통해 인연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 오토바이로 매일 우유배달을 하는 할아버지 만석과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할머니 송씨. 눈 내리는 새벽녘의 골목길,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는 풋풋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한편 이웃에는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와 그를 살뜰히 보살피는 남편 군봉이 산다. 희끗한 머리의 네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 자락에서 인연을 맺고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노년의 따뜻한 로맨스를 그린 강풀의 동명 웹툰을 연극 무대에서 만나보자. 작품은 우유 배달을 하는 김만석과 파지를 줍는 송씨, 주차관리원 장군봉, 치매를 앓고 있는 조순이가 인생의 끝자락에서 서로 인연을 맺고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순재, 박인환, 손숙, 정영숙 등 연륜 있는 배우들이 뭉쳐 이야기에 감동을 더한다. 특히 이순재는 이번 작품으로 영화와 드라마, 연극까지 세 가지 장르에서 ‘김만석’ 역을 연기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12.6-2019.1.27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 02-3672-0900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심청이 온다 춘향이 온다 놀보가 온다까지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마당놀이를 선보여온 국립창극단의 작품.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남편을 구하기 위해 활약을 펼치는 여중호걸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다.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2018년표 유머와 재치로 웃음을 안기는 것은 물론 무대 위에 객석을 설치해 배우와 무용수, 연주자들과 관객이 어울려 흥겨운 춤판을 벌이는 마당놀이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2018 12.6-12.30, 2019.1.1-1.20 | 국
어느덧 2018년 무술년 한 해도 저물어간다. 12월은 어느 해나, 누구에게나 그렇듯 개운함과 헛헛함이 동시에 찾아오는 시기다. 올해의 마지막 한 달을 좋은 공연들과 함께 보내면 어떨까.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말처럼 예술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아름다운 끝맺음으로 기억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가족과 함께=브로드웨이에서 4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고전 뮤지컬 애니는 어린이와 어른 관객이 함께 관람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작품은 1930년대 대공황 시절 뉴욕을 배경으로, 불우한 환경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당찬 소녀 애니의 이야기다.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 애니는 11년 후 찾아오겠다는 부모님의 편지를 굴뚝같이 믿고 못된 원장의 핍박도 꿋꿋이 견뎌내는 중이다. 그러던 중 세계적인 갑부 워벅스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자신의 으리으리한 집에서 보낼 어린이를 고르러 고아원을 방문하고, 애니를 데려간다. 긍정적이고 밝은 애니는 평생 일에만 몰두해와 정이라고는 모르는 차가운 어른 워벅스를 바꿔놓는다. 워벅스가 애니를 친딸로 입양하겠다고 결심한 그때, 갑자기 애니의 친부모님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난다. 작품에서는 ‘투모로우’ ‘고달픈 삶’ ‘어쩌면’
뮤지컬 1446 올해는 세종대왕이 즉위한지 꼭 60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한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그의 일대기가 뮤지컬로 제작돼 무대에 오른다. 1446은 왕위에 오를 수 없었던 충령대군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왕위에 오르고, 정치 싸움에 휘말리는 등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글 창제라는 위업을 달성하기까지의 일들을 조명한다. 작품은 지난해 트라이아웃 공연, 해외 워크숍 등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다. 10.5-12.2 | 극장 용 퍼포먼스 태양의 서커스-쿠자 ‘태양의 서커스’ 시리즈 중 가장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쿠자가 한국에 온다. 작품은 외톨이 ‘이노센트’가 매력적인 ‘트릭스터’의 인도를 받아 놀라운 일로 가득한 쿠자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처럼 서커스의 기교와 개성 있는 캐릭터, 서사가 어우러지는 것이 태양의 서커스만의 특징. 50여명의 아티스트는 예술적인 조명과 의상, 음악 아래서 아찔한 곡예와 무용을 선보인다. 11.3-12.30 |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중국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원나라 시대 극작가 기군상의 작품을 ‘각색의 귀재’인 연출가 고선
퍼포먼스 푸에르자부르타 웨이라 in 서울 극장에는 무대와 관객석의 경계가 없다. 하늘에서 수조가 쏟아지고 배우들은 사방에서 등장한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스스로 공연의 일부라고 느끼게 된다. 2005년 아르헨티나에서 초연된 이후 스페인, 독일,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공연된 작품으로, 가수 장우혁과 배우 최여진이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한다. 7.12-10.7 | 잠실종합운동장 FB씨어터 뮤지컬 인터뷰 베스트셀러 작가 유진 킴을 찾아온 예비 작가 싱클레어 고든. 두 사람의 대화는 롤모델과 작가 지망생 사이의 평범한 그것처럼 시작되지만 이내 20여 년 전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에 대한 실마리가 하나씩 밝혀진다. 배우 김재범, 김경수, 이용규, 정동화가 연기하는 싱클레어는 해리성 정체장애를 앓는 인물로, 5개의 인격을 순식간에 오가는 배우의 연기력이 관람 포인트. 7.10-9.30 | 드림아트센터 1관 연극 알앤제이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 무대를 가톨릭 남학교로 옮긴다. 작품의 주인공은 엄격한 규율을 가진 가톨릭 학교에 다니는 네 명의 남학생. 이들은 금서로 지정된 로미오와 줄리엣을 몰래 밤바다 읽어가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이내 숨어
얼마 전 개봉한 맘마미아2를 관람했다. 스크린 가득 펼쳐진 지중해 바다의 푸른빛은 끝을 모르고 계속되는 폭염으로 지친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영화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는 조명과 세트의 작은 움직임만으로 도나의 호텔, 지중해의 해변, 꿈속의 판타지 등을 완벽히 표현해냈지만,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의 제약 없이 실제 유럽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낸 것은 분명 영화만이 가진 장점이었다. 반면 극장 가득 울려 퍼지는 라이브 연주의 생생한 사운드가 선사하는 흥은 뮤지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선물이기도 하다. 이번 달에는 이처럼 스크린과 무대에서 같은 이야기를 펼쳐냄으로써 비교의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위대한 쇼맨 VS 바넘 휴 잭맨이 주연을 맡은 영화 위대한 쇼맨은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hineas Taylor Barnum, 1810∼1891)의 이야기다. 1835년 미국, 처음으로 서커스를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키운 바넘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으로, 휴 잭맨을 비롯해 잭 에프론, 미셸 윌리엄스, 레베카 퍼거슨, 젠다야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뮤지컬 빨래 2005년 초연 이후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작품. 서울의 한 달동네에서 이웃으로 만난 서점 직원 나영과 몽골 청년 솔롱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들과 더불어 사는 이웃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만치 않은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등장인물들은 각박한 사회생활에 지친 이들,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 하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준다. 8.18-8.19 | 제주 한라아트홀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연구에는 완벽하지만 사랑에는 ‘쑥맥’인 프로페서V가 치명적인 매력을 얻기 위해 드라큘라 백작과 피의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강렬한 락 비트의 넘버와 미스테리한 이야기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송용진, 조형균, 김찬호, 고훈정, 이충주 등 훈남 뮤지컬 배우들이 총집합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 예정이다. 8.25-9.22 | 대구 봉산문화회관 가온홀 연극 러브 스코어 때로는 기나긴 말 보다 한 곡의 음악이 더 많은 것을 설명해줄 때가 있다.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두 남녀, 재준과 유나를 이어주는 것 역시 한 곡의 음악이다. 우연히 한 집에 살게 된 두 사람이 음악으로 서로의 꿈과 도전을 이해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영화 왕의 남자) 이 한 문장은 극장 안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잘 보여주는 대사가 아닐까. 배우는 무대에서, 관객은 객석에서. 보이지 않는 선으로 나뉜 두 영역에서 두 그룹은 철저히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었다. 적어도 얼마 전 까지는. 그러나 점차 암묵적인 규칙을 뛰어넘어 서로의 영역을 과감하게 침입하는 극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달에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별난 뮤지컬 세 편을 소개한다. 매일이 새로운 뮤지컬 세상에 단 하루, 단 한 번만 공연되는 뮤지컬이 있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 바로 그 주인공. 공연은 미리 쓰인 대본이 아닌, 그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공연 시작에 앞서 관객들이 작품의 주인공부터 시간과 장소, 제목과 장르 등을 고르면, 1명의 연출가와 5명의 배우들이 ‘죽이되든 밥이되든’이라는 극단 이름처럼 주어진 상황을 갖고 즉흥적으로 두 시간여의 뮤지컬을 만들어간다. 대체 무슨 공연인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지금까지의 공연 줄거리를 슬쩍 공개한다. 인간의 간 근처에 사는 유산균들이 장까지 살아서 가기 위해 돈을 주고 캡슐을 사는 이야기 아이가 다섯, 황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