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망하는 천자문
뜬금없이 ‘천자문’을 들이대니 조금 생뚱맞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국어·한문 선생님이야 ‘천 자문’ 아니라 ‘만자문’을 이야기해도 심심할 터인데. 하지만 지금 다시 ‘천자문’을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으니, 그것은 ‘천자문’이 동양적 인문학 입문서로 딱 좋기 때문이다. ‘천자문’ 첫 구절 ‘천지현황(天地玄黃)’을 예로 들어 보자. “하늘과 땅은 검고 노랗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하늘은 파랗고 땅은 노랗지 않은가? 이 구절은 ‘주역’에 나오는 말로서,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天玄而地黃)”고 풀이한다. 여기서 ‘현(玄)’은 ‘검다’ 외에 ‘하늘, 하늘빛, 멀다, 그윽하다’의 뜻을 지니고 있으니, ‘유현(幽玄)하다’, ‘현묘(玄妙)하다’ 할 때의 그 ‘현’이다. 또 ‘황(黃)’은 오행(五行)의 중앙에 자리잡은 색으로, 동서남북으로 청룡(靑龍)·백호(白虎)·주작(朱雀)·현무(玄武)를 거느리는 색이다. ‘황’을 오방의 중심에 둔 이유는 중국 문명이 황하에서 기원했기 때문으로 보는 설이 유력한데, 농사의 기반이 되는 땅이 노랗기 때문에 그것을 모든 색의 우두머리에 두었다는 것이다. ‘황제(皇帝)’가 ‘황제(黃帝)’와 통하거나 오로지 황제만이 노란색 관복
- 김창원 경인교대 교수․국어교육
- 2008-08-04 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