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호 | 울산 옥현초 교사 귀신들이 만든 돌다리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현존하는 전국의 돌다리를 찾아가고자 합니다. 삼국유사 편에는 '귀교(鬼橋)'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다리의 감독관은 '비형(鼻荊)'이라는 자인데 아버지 진지왕은 저승세계의 귀신이요, 어머니 도화녀((桃花女)는 이승세계의 생모이므로 비형은 반신랑(半神郞)의 독특한 신분입니다. 비형은 밤이면 귀신들과 어울려 수작을 부리곤 했는데 이를 안 진평왕이 비형으로 하여금 신원사 북쪽 개천에 돌다리를 놓도록 명령을 하지요. 아니나 다를까 그는 하룻밤 사이에 귀신의 무리들을 거느리고 다리를 완성하고 맙니다. 기록상 우리나라 최초의 돌다리는 바로 귀신들이 만들었던 것입니다. 불가의 다리 불가(佛家)에서는 세상의 중심에 수미산이 우뚝 솟아 있다고 합니다. 그 수미산에 부처님이 계십니다. 인간들이 수미산에 가려면 8산9해(八山九海)를 넘어야 겨우 수미산 어귀에 이르게 되고 그 수미산을 사천왕을 비롯한 여러 권속들이 빈틈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절집들이 깊은 산중에 입지한 경우가 많은 것은 척불(斥佛)이나 고유의 산신신앙과도 관련이 있지만 그보다 수미산을 중심으로 한 불교의 우주관이 앞선다고 볼
글 | 김연수/생태사진가 도시에서도 친근해진 설치동물 산림이 우거졌던 시절, 인적이 드문 숲이 울창하게 펼쳐져 있었을 때, 땅을 한 번도 밟지 않고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건너갈 수 있는 동물이 바로 청설모였다고 한다. 하지만 청설모 한 마리가 평생토록 돌아다니는 면적이 그렇게 넓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깊은 산속 보다는 민가 주위의 야산에 서식하며 최근에는 서울의 공원에도 꽤 많은 개체수가 보인다. 청설모는 쥐목 다람쥐과에 속하는 설치동물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 몽골, 연해주, 유럽 등 유라시아대륙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한국산 청설모는 중국이나 일본산 보다 몸집과 두개골이 작다. 겨울털은 북방청서와 비슷하지만, 암색이며 북방청서의 담색형은 한국산 담색형보다 훨씬 색채가 연하다. 한국산 청서는 중국산 청서나 북만청서와는 현저하게 다르며 갈색에 가깝다. 북방청서에 비하여 회갈색이고, 사지와 귀의 긴털꼬리는 흑색을 띤다. 청설모를 다른 말로는 한자식 표기인 청서(靑鼠)라고 하는데 우리국어사전에 대부분 청설모를 '청서의 털'로 해석한 경우가 많다. 호기심 많은 천덕꾸러기 청설모를 보노라면 언제나 개구쟁이 어린 시절을 기억에 떠올리게 된다. 갑자기
글 | 박하선/사진작가·여행칼럼니스트 위구르족과의 첫 만남 '파인 땅 투르판' 실크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발길을 재촉하다 보면 중국의 서쪽 변방인 '신지앙 위구르 자치구'에 접어들게 된다. 이곳은 황량한 사막지대에 '위구르족'이라는 소수민족의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다. 이들은 생김새가 중국의 '한족'과는 판이하게 다를 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조차 달라 도저히 중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한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 닿게 되는 순간부터 마치 중동의 어느 한 지역에 와 있는 듯한 인상을 씻을 수가 없게 되고, 실크로드의 여정이 무릇 익어간다. 이 위구르족들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게 된 곳은 '투르판(吐魯蕃)'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표고가 해면보다 낮은 곳이어서 여름철에는 중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은 역사의 고장이다. 예로부터 실크로드 상의 천산북로와 남로의 갈림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기원전부터 이 비단길을 오가던 상인들이 물과 휴식을 얻기 위해 이곳 투르판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또 구도의 길에 나선 수많은 입축승(入竺僧)들도 이곳을 거쳐갔다. 이처럼 예로부터 중요한 거점으로 인식되어 온 곳이기에 흐르는 세월 속에서 다양한 민족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