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웅 | 울산여고 교장 한 제자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제자와 함께하는 자리는 다른 어떤 자리보다 순수하고 부담이 없어 좋다. 그래서 이런 초대를 앞둔 날이면 마냥 마음이 설렌다. 함께 초대된 분은 제자의 담임이었던 최 선생님, 그리고 지인인 강 선생님이었다. 음식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했던가? 과거 학교시절 이야기며, 세상 살아온 이야기, 또 살아갈 이야기 등 모처럼 모든 일들을 다 잊어버리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털어놓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특별한 자리로 우리를 초대한 제자 하 선생은 학성여중에 근무할 당시의 제자로 명문대 약대를 졸업했다. 이후 본인의 적성을 고려하고 사회에 더 큰 봉사를 하고자 의과대학에 진학해서 소아과를 전공한 후 개업의로 10년간 환자를 돌보다가, 다시 정신과 전문의 4년 과정을 거쳐 지금은 부산의 어느 정신과 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좀 별난, 그러나 특별한 제자와 함께하는 자리라 잘 못 먹는 술도 마시고, 서로 헤어지기 아쉬워 밤늦게까지 찻집에 들려 또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져보는 편안한 시간이었다. 하 선생은 앞으로 울산에 정신병원과 양로원을 세워 울산의 불우
김철호 | 저자 [문제] 괄호 안에서 자연스러운 표현을 고르시오. 1. 딸아이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용돈을 (주기로|건네기로) 약속했다. 2. 고마운 마음에 만원짜리 한 장을 (주었지만|건넸지만) 노인은 한사코 받지 않았다. 3. 젊은 사서는 내가 신청하지도 않은 책을 태연히 (주는|건네는) 것이었다. 4. 아이가 어머니에게서 받아 온 편지를 선생님에게 (주었다|건넸다). [풀이] ‘주다’의 다양한 쓰임새 한국어에서 ‘주다’만큼 쓰임새가 다양한 낱말도 드물 것이다. 상대에게 물건을 가지도록 건네는 일, 돈·요금·봉급 따위를 지불하는 일, 먹을 것이나 영양을 공급하는 일, 일이나 책임을 맡기는 일, 권리나 지위 같은 것을 부여하는 일, 도움이나 혜택을 제공하는 일, 고통·해·창피 따위를 겪게 하는 일에도 ‘주다’가 쓰인다. 이밖에도 주의나 언질 같은 말을 하는 일, 전화를 하거나 연락을 취하는 일, 점수나 학점을 매기는 일, 상이나 벌을 받게 하는 일, 시간이나 여유를 허락하는 일, 속이나 정을 내보이는 일, 감동이나 겁, 느낌 따위를 느끼게 하는 일, 세례나 안수를 베푸는 일, 몸에 힘을 쓰는 일, 액센트나 변화 같은 영향을 가하는 일, 눈이나 귀를 일정한
이승원 | 인천대 강사 기차가 달려온다! ‘속도’가 우리의 일상을 삼켜버렸다. 단 몇 초 만에 부팅되지 않는 컴퓨터는 고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제 시속 300㎞로 질주하는 고속철도의 속도도 그리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속도는 속도를 낳을 뿐만 아니라 속도는 인간을 훈육한다. 좀 더 편리하고 윤택한 세상을 꿈꿨던 인간은 새로운 사이보그의 출현을 갈망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대뇌와 신경세포는 마치 CPU와 RAM의 기능으로 탈바꿈하여 인간이 세상을 인지하는지, 기계가 인간으로 하여금 세상을 인지하게 만드는지 모르는 모호한 경계가 도래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기계와 인간은 모두 진화의 진화를 거듭해 왔다. ‘IT 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현시점에서 바라본다면 구닥다리 기계가 판을 치는 시대였을지는 몰라도, 백여 년 전 세계는 새로운 기계의 출현으로 급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기계란 바로 ‘증기기관’이었다. 5대양 6대주를 횡단했던 유길준은 1889년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은 ‘증기의 세계다!’ 산업혁명의 적자인 증기기관이야말로 신세계를 이끌어가고 구성해가는 최첨단 엔진이었다. 증기기관의 운동이 가열 차
최효찬 | 저자, 비교문학 박사 조선시대 최초의 사립학교 건립 진 리프먼 블루먼은 인재를 중시하는 리더십으로 '관계지향적 리더십'을 들고 있다. 관계지향적 리더십은 다른 사람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돕는 데 보람을 찾는다. 여기에는 협력형, 헌신형 그리고 성원형 스타일이 있다. 협력형 스타일의 사람은 팀을 구성해 협력하며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헌신형 스타일은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데서 진정한 만족을 얻는다. 성원형 스타일은 다른 사람들의 성취감을 북돋워 주거나 스승처럼 조언하고 자신이 동일시하는 사람이나 집단의 업적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갖는다. 즉, 관계지향적 리더십은 아이들을 뒷바라지 하는 '엄마형 리더십'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관계지향적 리더십은 다름 아닌 가문의 기획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덕목이다. 명문가의 초석을 닦고 자녀교육에 앞장선 가문기획자들은 통상 가부장적일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오히려 여성적인 엄마형 리더십을 소유한 인물이었다. 예컨대, 퇴계는 아들과 손자, 조카뿐만 아니라 형의 외손, 질녀, 형의 사위, 형의 손자, 조카의 글공부와 어려움을 힘닿는 대로 보살폈다. 수많은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이지만 퇴계는 먼저 일가의
필자는 2006년 새해 벽두에 본란을 통해 2006년 한 해는 무너진 교육의 기강과 규율이 바로 서고, 추락한 교원의 사기와 권위가 회복되는 해로 만들어야 하며, 법과 원칙을 지켜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행위준칙이 지켜져야 우리 교육에 미래와 희망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새해가 열릴 때마다 금년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와 발전에의 희망과 정성과 열성을 다하려는 다짐으로 출발하지만, 기대와 희망과 다짐이 충족되기란 어려운 모양이다. 여전히 교육에서의 기강과 규율은 비틀거리고, 교원들의 사기와 권위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교육은 국가발전 전략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으며, 여건의 개선 없는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교육계를 휘감고 있다. 이제 다시 2007년을 열면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교육의 주체들이 서로 네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내 탓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면서 새해에 관한 설계를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지난 2006년은 어느 해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우리 교육계의 절실한 과제들의 논의와 논쟁이 이루어졌다. 교원능력개발평가제 시행에 대한 논란,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임명 파행, 학교급식 파문,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 공무원연금법 개악 시정 촉구, 학급총량
-선생님과 어른들을 존경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음을 명심하고 우리가 실추시킨 교권을 우리가 일으켜 세우는데 앞장선다. -우리는 우리 자식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과 어른들을 낮추는 어떠한 언행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의 어떠한 교육적 지도도 적극 지지하며 불미스러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성지도와 생활지도에 헌신적으로 노력하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학교와 일관된 가정교육을 통해 참된 인간성 함양에 동참한다. 2001년 11월 대전 월평동에 위치한 서대전고등학교에서 열린 ‘스승존경 결의대회’에서 학부모와 동문, 지역주민이 채택한 결의문이다. 학부모들은 때려서라도 사람을 만들어 달라며 회초리도 전달했다. ‘학교붕괴’라는 유행어가 탄생할 즈음 열린 이 결의대회는 인근 학교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돼 나갔다. ‘사랑의 매’ 전달이 이어지고, 선생님 구두 닦아 드리기와 선생님께 편지쓰기 운동도 일어났다. 스승의 은혜에 금연으로 보답한다며 담배 화형식을 갖는 학교도 나왔다. 교권회복 운동의 메카가 된 서대전고가 스승존경 운동을 시작한 것은 선생님들이 기(氣)
1 여덟 번 째 막내딸의 결혼식 전날 일흔 둘의 어머니는 내일이면 신부가 될 막내와 나란히 누워 천정을 쳐다본다. 이 딸을 낳던 그 이른 봄 쌀쌀했던 산부인과 병실에 누워있던 자신의 모습이 어제처럼 다가온다. 어머니는 성장한 딸의 어깨를 가볍게 껴안는다. “엄마, 얼마만이예요. 저를 껴안고 자던 것이?” “세 살 때까지 엄마의 젖을 먹었으니까, 이십삼 년 만이다.” “제가 세 살 때까지 엄마 젖을 먹었어요? 그 때까지 엄마가 젖이….” 막내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세 살 때까지 젖을 먹었다니, 처음 듣는 말이다. “세 살 때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너도 천재는 아니구나.” 옆 침대에서 아버지가 장난스럽게 말한다. “제가 세 살 때까지 엄마 품에 잤다면 아빠가 저를 얼마나 싫어했을까? 제가 엄마의 젖을 다 차지해 버렸으니?” 막내가 아버지를 향해 돌아누우면서 실눈으로 웃었다. “아, 생각이 나요? 자다가 한밤중에 잠이 깨어보면 제가 엄마 등 뒤에 혼자 있었어요. 아빠가 절 뒤로 밀려버렸지요?” “프로이드할아버지가 들으면 웃겠구나. 엄마를 사이에 두고 딸이 아빠와 다투었으니….” 셋은 소리 내어 웃는다. “그런데 왜 저를 세 살 때까지 젖을 먹이셨
선돌이 여근을 만났을 때 선돌은 대체적으로 청동기시대 산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선돌이 청동기 유물로 대표적인 고인돌과 결합한다면 어떨까요? 경북 영주로 떠나 봅시다. 시내 휴천동에서 고인돌 2기와 선돌 1기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선돌의 높이는 약 1.5m로 그리 크지는 않으며 고인돌에 사용된 덮개돌 두 점이 제 자리를 잃은 채 바닥에 엎어져 있습니다. 덮개돌엔 성혈(性穴)이 몇 점 보입니다. 성혈은 여근을 상징하며 선돌은 남근을 상징하니 음양의 조화가 완벽합니다. 이렇듯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지석묘가 선돌과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 하겠는데, 순흥 땅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선돌은 5m 간격을 두고 2기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마을 입구 소나무 숲에 위치해 있는데 오른쪽에 서 있는 선돌 앞에도 덮개돌이 보이고 그 표면에 역시 성혈이 보입니다. 마침 인근에 여근동(女根洞)이라는 마을이 있어 그 여근에 대해 남근을 상징하는 선돌을 세운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여근과 관련해서 선돌이 세워진 것으로 해석하는 이러한 사례로 부산 기장군 철마면 선돌을 들 수 있습니다. 선돌 관리를 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