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어른들을 존경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음을 명심하고 우리가 실추시킨 교권을 우리가 일으켜 세우는데 앞장선다.
-우리는 우리 자식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과 어른들을 낮추는 어떠한 언행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의 어떠한 교육적 지도도 적극 지지하며 불미스러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성지도와 생활지도에 헌신적으로 노력하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학교와 일관된 가정교육을 통해 참된 인간성 함양에 동참한다.
2001년 11월 대전 월평동에 위치한 서대전고등학교에서 열린 ‘스승존경 결의대회’에서 학부모와 동문, 지역주민이 채택한 결의문이다. 학부모들은 때려서라도 사람을 만들어 달라며 회초리도 전달했다. ‘학교붕괴’라는 유행어가 탄생할 즈음 열린 이 결의대회는 인근 학교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돼 나갔다. ‘사랑의 매’ 전달이 이어지고, 선생님 구두 닦아 드리기와 선생님께 편지쓰기 운동도 일어났다. 스승의 은혜에 금연으로 보답한다며 담배 화형식을 갖는 학교도 나왔다.
교권회복 운동의 메카가 된 서대전고가 스승존경 운동을 시작한 것은 선생님들이 기(氣)를 펼 수 있게 해줘야 학교붕괴도 막고 공교육도 살릴 수 있다는 오원균 교장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오 교장은 학부모 대표들에게 “교사들이 뒤탈을 우려해 수업 중에 아이들이 엎드려 자거나 말거나 내버려둬서야 교육이 되겠느냐”며 선생님 존경의 필요성을 역설해 나갔다. 이 말에 공감한 학부모들이 주축이 돼 스승존경 결의대회를 연 것이다.
결의대회 이후 선생님들의 사기는 오르고,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을 ‘말씀’으로 받아들였다. 툭 하면 걸려오던 학부모들의 시비전화도 사라졌다. 신바람이 난 선생님들은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아이들의 눈동자는 빛났다. 학교가 제대로 돌아간 결과는 시험성적이 말해줬다. 2003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의 평균 점수가 8점이나 올랐다. 전국 평균 점수가 전년대비 3.2점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선생님 존경하니 성적은 저절로 올라’라는 제목의 보도가 줄을 이었다.
서대전고는 스승존경 운동을 펼치면서 지역 명문고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이 운동을 주도하고 스승존경운동중앙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오 교장은 지금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여러 시․도에 스승존경운동협의회가 만들어지면서 전국적인 교육시민사회운동으로 승화될 것 같았던 스승존경운동이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사기진작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교육부나 교육청은 언론의 관심이 멀어지자 덩달아 이 운동을 외면하고 있다.
오 교장은 “스승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사기를 높여주면 교실붕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 사실이 올해도 우리의 숙제다. / 이낙진 leen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