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선생님의 큰 절
30여년만에 전공과목인 동물자원과 교사로 부임했다. 학교 농장을 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별일 없이 한우사와 사슴사를 관리하고 있었다. 농장에는 담당기사들을 보조해서 장학금을 받으며 봉사하는 ‘당번학생’들이 배치돼 있다. 당번을 하면서 힘든 일은 요리조리 빠지는 잔머리의 달인 종선이. 비축해놓은 생초를 매일 뒤집어야 하는데 종선이가 겉만 살짝살짝 뒤집는 바람에 절반이나 썩어서 애써 벤 풀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당번을 그만두게 했더니 이번엔 더 큰 말썽을 부렸다. 종선이가 같이 일하던 학생들을 협박해 당번 학생들이 일시에 그만두게 된 것이다. 수업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10분쯤 지나 어슬렁거리며 교실로 들어와 수업 중엔 잠만 자고, 자지 않으면 잡담에 온갖 산만한 행동을 했다. 종선이를 벤치로 불러 한 시간이 넘도록 타이르기를 세 차례나 시도했지만 늘 그때뿐이었다. 어떤 선생님은 징계조치를 취하자고 했지만 그렇게 해서 고쳐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동물자원과 수업에 들어갔다. “교직 삼십년이 다 되어가도 이렇게 무능하구나. 종선아, 이리 나와라.” 종선이를 교단 앞에 세우고 “종선아, 내
- 이상철 강원 영서고 교사
- 2006-11-16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