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에세이, 한 페이지] 1학년 담임이 행복한 이유
전입 교사 셋이 교무실 테이블에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누구도 먼저 침묵을 깨뜨리지 않는다. 휴직 중에 갑자기 불려 나온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설마 내가 1학년이겠어? 이 중에 내가 제일 저경력인데?’ ‘나만 아니면 돼.’ 그로부터 일주일 뒤, 나는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끼고 1학년 교실을 쓸고 닦았다. 난생처음 1학년 담임이 됐다. 자칭타칭 고학년 전문교사였던 나는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올해 교과서까지 바뀌어 수업 준비도 힘들다던데, 교과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현실을 부정하듯 애먼 걸레만 빨고 또 빨고 비틀어 짜기를 반복했다. 이다지도 1학년을 피하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뭘 해도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고학년은 공을 들인 만큼 보람도 있다. 그게 수업이든 교과 외 활동이든 아이들과의 관계든 말이다. 한 번은 1학년 보결 수업을 들어갔다가 마음까지 너덜너덜해진 적이 있다. 한문 공책을 써야 하는데 예시자료를 뒤로 넘기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풀칠은 어디에 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붙여야 하는지 내 설명은 공중으로 흩어지고 “이거 어떻게 해요?” 여기저기서 나를 불렀다. 심지어 자기 한문 공책이 어디에
- 전영신 경기 화산초 교사
- 2024-06-03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