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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권한 없이 책임만 지는 교사’ 교권보호는 국가 책임”

국회 교권·촉법소년 토론회
학교폭력 조사 외부 이관 요구
중대범죄 형사책임·피해회복 강화

교사가 학교폭력 조사와 민원, 아동학대 신고와 소송까지 떠안는 현행 구조를 바꾸고 국가와 교육청이 전면에 나서는 교권보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회에서 쏟아졌다. 저연령·흉포화하는 소년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촉법소년 연령과 형사책임 기준을 재검토하되 피해 학생의 장기적인 회복 지원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회 정성국 의원(국민의힘)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드라마 <참교육>이 우리 사회에 던진 교권과 촉법소년 제도 개선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이초 교사 순직 3주기를 앞두고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권 보호 입법의 현장 실효성과 학교폭력 업무 구조, 촉법소년 제도의 범죄 억제력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규태 계명대 교수는 드라마에 대한 교사들의 공감이 강력한 응징 자체보다 학교 현장의 불안과 고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정당한 생활지도도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고 악성 민원과 법적 분쟁을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드라마 속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교사들은 강력한 권한보다 안심하고 교육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원한다”며 최근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됐음에도 교사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법률의 유무보다 교육활동 침해와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와 민·형사 소송이 발생했을 때 제도가 실제로 교사를 보호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을 국가나 교육청이 책임지는 제도와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와 구분하는 입법,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학생 간 학교폭력에는 학생부 기록을 통해 책임을 묻고 있지만 교사를 대상으로 한 중대한 침해에는 책임 체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교권보호국’에 대해서도 조직 신설보다 기능의 실질적 통합이 우선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교육활동보호센터와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교육지원청 민원 대응체계, 법률지원단, Wee센터, 학교전담경찰관 등 기존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가 하나의 국가책임형 보호체계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신혜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촉법소년 범죄가 양적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강력범죄와 사이버범죄를 중심으로 질적으로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촉법소년의 소년부 송치 인원은 2019년 8615명에서 2025년 2만1095명으로 약 2.5배 늘었다. 같은 기간 폭력 사건은 2148명에서 5520명으로 증가했고 10세 송치 인원도 472명에서 2060명으로 늘었다.

 

소년원에 수감되는 8~10호 보호처분은 2021년 28건에서 2025년 182건으로 6.5배 증가했다. 사이버 성폭력 사건 3411건 가운데 딥페이크 범죄는 1553건이었으며 가해자의 61.8%가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 부장검사는 “중대범죄를 저지르면 처벌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고 법의 엄중함과 책임의 무게를 깨닫게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살인과 강간, 강도, 마약 판매, 유괴, 방화, 집단폭행 등 중대범죄나 재범을 저지른 촉법소년을 형사사법 체계에 편입하는 방안과 형사책임 연령 재검토를 제안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교육보다 사안 처리에 매달리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호소가 나왔다.

 

학교폭력 책임교사인 김햇살 경기 종덕초 교사는 “지금의 학교 현장은 교육기관이 아닌 사안 처리 기관으로 변질됐다”며 “교사들은 교육 대신 조사관, 기록관, 민원창구, 감정노동자의 역할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폭력 사안이 법률 분쟁으로 이어지면서 학교가 교육적 회복의 공간이 아닌 소송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사는 “담임이 조사자가 되는 순간 그 학급의 교육적 관계는 회복되기 어렵다”며 학교폭력 신고 접수와 조사, 기록, 처분 요청을 교육지원청이나 경찰 등 외부 전문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호자 민원과 법률 대응 창구도 교육지원청으로 일원화하고 디지털 사안은 경찰·플랫폼 연계 절차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우진 경기 동삭중 교사는 현행 촉법소년 제도가 범죄 예방과 교화 기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형사처벌 면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13세로 낮춰 경각심을 높이고 훈육 프로그램 내실화와 부모의 감독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호한 정서적 학대 기준의 명확화와 중대 교권침해 학생부 기록,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감의 고발 의무화도 요구했다.

 

조희정 한국교총 정책자문위원은 교권 보호 제도가 확대됐는데도 현장이 달라지지 않는 배경에는 국가 책임의 공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5월 한국교총이 교원 89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4%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했고 89.2%는 중대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에 동의했다.

 

조 위원은 연령 하향을 추진할 경우 중대범죄에 적용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사회정서학습과 재발 방지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대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국가책임형 교육활동 보호체계, 피해 교원 회복 지원을 동시에 추진해야 교사가 다시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처벌과 책임 강화가 피해 학생의 회복 지원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학교폭력은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피해 학생과 가족의 삶 전체를 흔드는 중대한 위기”라며 사건이 끝난 뒤에도 학교 부적응과 우울, 대인기피, 학업 중단과 가족의 심리·경제적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피해 부모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아이가 다시 예전처럼 학교에 가고 웃음을 되찾는 것”이라며 학교폭력 피해 회복을 국가 책무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험 피해 학생을 위한 기숙형·통학형 회복지원기관 확대와 보호자 상담 및 가족 치유 프로그램 제도화, 심의 결과와 관계없는 즉각적인 피해 지원도 주문했다.

 

한편 정성국 의원은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고 흉포화된 소년범죄로부터 선량한 다수 학생을 보호해 교사와 학생이 안심하고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중대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와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아동학대 면책, 교육활동 소송 국가책임제 등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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