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뿐 아니라 직원과 교수까지 포함하는 대학 공동체 전체의 정신건강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개인 상담과 사후 위기 대응에 치우친 현행 체계에서 벗어나 예방과 조기 발견, 위기 대응, 회복을 연결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는 10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대학의 정신건강 지원 체계 구축 방향 모색’을 주제로 제30회 고등교육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학의 정신건강 실태와 과제’를 발표한 윤명숙 전북대 대외취업부총장은 대학생과 직원, 교수 모두 정신건강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집단별 위험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에게는 학업과 진로 불안, 직원에게는 감정노동과 직무 스트레스, 교수에게는 교육·연구·행정의 다중 역할과 성과 부담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대학 직원의 우울 점수는 5.2점으로 대학 구성원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교수의 자살생각 경험률은 15.1%로 일반 성인 6.4%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자살시도 경험률도 7.9%로 대학 구성원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학생 역시 우울과 스트레스, 자살생각 등 주요 정신건강 지표에서 일반 성인보다 높은 위험을 보였다.
윤 부총장은 이를 개인의 취약성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대학의 교육·연구·근로 환경과 연결된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 중심의 상담 체계를 대학 구성원 전체를 포괄하는 정신건강 정책으로 전환하고, 정기적인 선별검사와 조기 발견, 집단별 특성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는 ‘대학 전체 정신건강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이 이미 보유한 상담과 심리지원 자원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과제로 제시됐다. 대학별로 상담 인력과 전문성, 재정 여건의 편차가 큰 만큼 대학 정신건강 지원체계의 기본 기준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전문기관을 연계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토론에서는 정신건강 문제를 학생 개인의 상담 수요가 아닌 대학 조직 전체의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구성원별 위험 요인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과 함께 대학 간 인력·예산·서비스 격차를 줄일 법적·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김형기 전국대학교학생처장협의회장은 정신건강 정책 대상을 학생에서 직원과 교수까지 확대하고, 소속감과 포용성, 웰빙을 중시하는 대학 조직문화가 함께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직원을 위한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 도입과 국가 차원의 대학 정신건강 가이드라인, 예산·전문인력 지원 법제화도 제안했다.
남숙경 국민대 학생생활상담센터 소장은 대학 구성원의 정신건강을 교육·연구·행정 환경과 조직 운영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립적인 예산과 전문인력을 갖추고 대학 차원의 정책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가칭 ‘대학 정신건강 지원센터’를 상설기구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동훈 전국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 겸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장은 대학상담센터의 인력과 예산, 접근성 부족을 구조적 한계로 꼽았다. 2025년 전국 130개 대학 조사에서 학생 1만 명당 자살생각 사례 발생률은 2023년 12.7명에서 2025년 20.7명으로 63% 증가했다. 반면 전일제 상담원이 4명 이하인 상담기관은 84.6%였고, 상담원이 한 명뿐인 기관도 27.7%에 달했다.
이 회장은 ‘고등교육법’에 대학상담센터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고 전문인력 배치 기준과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기 선별검사와 24시간 위기 대응, 의료기관 연계 등을 통해 예방부터 회복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지원 대상도 학생에서 교수와 직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학생이 성인이라는 이유로 국가 정신건강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왔다고 진단했다. 대학생 정신건강을 대학의 복지사업이 아닌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보고, 대학생 자살 예방과 자살시도 대응체계에 적용할 표준화된 최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호용 대교협 인공지능·학사지원팀장은 대학 상담 인력의 낮은 고용 안정성과 대학 간 지원 역량 격차, 위기 학생의 조기 발견 및 사후 연계 부족을 과제로 제시했다. 대교협은 공통 진단 도구 개발·보급, 정기적인 대학 마음건강 지원 역량 조사, 상담·위기 대응 매뉴얼과 우수사례 보급, 대학 간 협력체계 구축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이경희 대교협 사무총장은 “대학 정신건강 지원체계가 대학생 중심의 사후 상담에서 벗어나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예방과 조기 발견, 위기 대응, 회복 지원, 지역사회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통합적 지원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 구성원의 정신건강은 대학과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과제이며, 정부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