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대 결
몇 년 전 시험감독 때였다. 시험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학생이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그 학생은 평소에 학과에는 관심이 없고, 학교급식 식단표를 보물처럼 간직하며 아이들에게 오늘의 식단을 전달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수학시험시간에 질문을 할 것이 있다하여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 학생의 심각한 질문은 나를 더 놀라게 만들었다. “선생님 대결이라는 말이 무엇입니까?” 마침 교장선생님께서 출장 중이어서 교감선생님께서 결재를 하셨는데 대결이라는 말이 궁금했던 지 시험과 관계없이 질문한 것이었다. 뜻하지 않은 질문에 어이가 없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잠깐 생각을 하는 사이에 다른 학생이 점잖게 안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대결, 음, 그건 한 판 붙자는 말이다”라는 예상을 뛰어 넘는 답이 그 순간에 나왔다.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질문들. “선생님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대결하면 누가 이겨요?” 팔이 더 긴 교장선생님께서 이기실 것 같다느니, 체격이 좋으신 교감선생님께서 이기실 것 같다느니, 호기심으로 가득 찬 교실을 금방 시끄러워졌다. 많은 학생들이 잠시 시험이라는 것에서 벗어난 듯 즐거운 난리가 났다. “한 판 붙으면 누가 이길지 알
- 조기량 경북 구미중 교사
- 2007-05-30 15:38